증권사 리서치센터 잡는 '족집게' 독립리서치가 있다고?

2019-04-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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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피곤하다. 매수 또는 중립 보고서만 낼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 있는 탓이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업황이나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썼다고 하자.

이러면 해당 기업의 주가만 빠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법인영업부의 입장이 난감해진다. 특히 같은 회사 펀드매니저가 사들인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견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상장사도 매도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기업탐방을 금지하거나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겹치며 보고서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독립적인 리서치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국내에도 독립 리서치업체가 존재한다.

◆정보 비대칭성 보완해야

4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2018년 9월 사이 발간된 국내 증권사 보고서 중 매도의견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보고서가 칭찬 일색인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은 13%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율 공시를 의무화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현재 이 괴리율은 20%에 달한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 수익 측면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보고서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채권 인수나 기업공개 등 기업금융 관련 업무 수임을 구실로 호의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래도 증권사는 고객인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회사 내에서 리서치센터 위상은 떨어진 지 오래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처우도 과거보다 나빠졌다. 한 때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가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리는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증권사 실적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살림을 줄이는 곳이 리서치센터라는 말도 나온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고 양질의 정보에 대해 투자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독립 리서치기관 설립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폐 경고' 먼저 울린 독립리서치

리서치알음은 시가총액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고, 저평가돼 있는 종목이면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독립리서치다. 이 회사는 2016년 애널리스트 출신인 최성환 대표가 설립했다.

최근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리서치알음은 '바이오주 과열'을 미리 경고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주에 대한 테마감리에 나서게 되면 고평가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에는 '상장폐지 유의 종목'으로 20개 업체를 꼽기도 했다. 회계감사 시즌이 시작되자 실제 7곳의 거래가 정지됐다. 이 가운데 2곳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적중률이 35%에 달한 셈이다.

반대로 일부 증권사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들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무더기 상장폐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12월 결산) 28곳이 2018회계연도 감사의견을 비적정(2일 기준)으로 받았다. 1년 전(10곳)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고, 해당종목에서 모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새 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면 회계법인의 감사가 깐깐해질 것"이라며 "회계감사 시즌만이라도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18회계연도 상장폐지 및 관리종목 사유별 시장조치 현황.(4월 2일 기준)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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