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만우절이 있었다?…태종이 형을 속인 '첫눈상자'

2019-03-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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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는 해병이라고? 해병잡는 귀신도 있다. 서울대미술관 '거짓말전'에서 상영된 '물귀신과 해병대'(이수영 작).]



▶1418년(세종 1면) 11월24일 첫눈이 내렸다. 상왕 태종은 환관 최유에게 눈을 상자에 조금 퍼담으라고 한다. "이걸 노상왕께 갖다 드리고 보신음식이라고 말씀을 하게." 노상왕은 형 정종이었다. 정종은 상자를 들고오는 환관을 보자, 이미 장난치러 오는 줄 알아챘다. "저놈 잡아라"라고 최유를 가리키자, 이 환관은 상자를 던져놓고 잽싸게 줄행랑을 쳤다. 그걸 보고 정종은 껄껄 웃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엔 '첫눈 만우절'이 있었다.

▷2003년 4월1일 48세 장국영이 홍콩 호텔24층에서 투신했을 때, 사람들은 그 뉴스를 거의 하루내내 믿지 않았다. 만우절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우상이 그렇게 죽을 리는 없다는 팬들의 '희망고문'이었다. 홍콩에서만 이 충격을 못 이긴 6명이 덩달아 투신으로 죽음을 택했다. 음모설도 떠돌았다. 대만의 삼합회나 중국 공산당, 혹은 동성애인으로 알려진 당학덕(唐鶴德)이 죽였다는 괴소문이 난무했다.

▷만우절의 기원. 중세유럽엔 부활절을 새해 첫날로 삼았는데, 3월25일부터 4월20일까지 들쭉날쭉했다. 프랑스 샤를9세가 1564년에 1월1일을 새해로 선포한다. 이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4월이 되면 장난을 쳤다. 속는 사람을 푸아송 다브릴이라 했다. 4월의 물고기. 봄날엔 물고기 '낚시'가 쉽다는 의미다. 또한 4월에 태양이 천체의 물고기좌를 벗어나는데 그걸 모르는 바보라는 뜻의 조롱이기도 하다. 

▷여중생 박영주는 거짓말쟁이로 따돌림받던 친구와 짝이 됐다. 그는 옆자리에 앉자마자 "난 학교를 곧 그만둘 거고 서울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오토바이를 몰고다닌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 된 그는, 이런 기억을 살려내 영화 '선희와 슬기'를 만들었다. 선희라는 이름으로 거짓말을 하고 다니던 주인공이 이름을 슬기로 바꾸면서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으나 거짓말 습관만은 바꿀 수 없었다는 얘기다.

▷가방이 되는 법. 가방에 연결된 긴 천에 몸을 집어넣고 천천히 가방 쪽으로 전진하라.- 가방에 도착하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다리면 다른 세계에 도달할 것이고 어떤 누구도 당신을 찾지 못할 것. 2019년 3월 7일 서울대 미술관이 여는 '거짓말전(展)'에 등장하는 작품의 설명서이다.

▷무엇이 거짓말이냐에 대한 철학논쟁. 아우구스티누스는 속이려는 의도만 있는 허위발언은 모두 거짓말로 간주했다. 비움가르텐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도덕적 허언만이 거짓말이며 죄악이라고 보았다. 칸트는 친구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악인에 대해 하는 거짓말도 죄라고 말하기도 한다.

▷직장인 근무중 5대거짓말은 (잡코리아 2019년 만우절 설문조사) "집에 일이 있어서""몸이 좀 안좋아서""괜찮아요""죄송해요""밥 한번 먹자"였다. 그러고 보니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무수히 많은 동료들의 저런 '이유'를 들어봤고 스스로도 말했던 것 같다.. 그중에 진짜는 몇 퍼센트쯤 될까.

▷지금 당장 '거짓말'이라고 쳐보라. 승리와 정준영,김학의와 황교안과 박영선, 김의겸과 노모와 아내, 트럼프와 코언, 민주원과 김지은, 지만원과 박지원, 최정호와 김연철. 허언(虛言)사회의 거친 공방에 관한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 혀의 무게는 열 냥(370g), 길이는 일곱치, 너비는 두 치. 놀리는 혀는 세 치로 9cm쯤 된다. 거짓말이 인간이성과 윤리를 말아먹는 것을 걱정하기 위해 칸트까지 갈 것도 없다. 365일이 거짓말데이니, 만우절에게 미안하다. 

▷ 스티브잡스는 만우절 러키데이 속설을 만들었다. 시가총액 세계1위 애플은 1976년 4월1일 창업했다. 로또도 이날 더 많이 팔린다는 것 아닌가.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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