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클럽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28)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무시한 것을 드러났다. 아울러 당시 체포상황을 거짓으로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인권위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씨 어머니의 진정을 토대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며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모씨와 보안요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을 입건했다며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 어머니는 김씨가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112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몰려 체포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또다시 폭행을 당해 갈비뼈 등을 다쳤는데도 의료조치가 없었다며 같은 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112신고사건 처리표,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관 보디캠 영상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경찰이 김씨를 위법하게 체포했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으며, 의료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우선 당시 김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등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은 단 차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김씨가)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장씨를 폭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과장해 현행범인 체포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또 체포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영상에서) 경찰관이 김씨를 넘어뜨려 수갑을 채운 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말하는 내용은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사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이처럼 체포 이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행위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체포 과정에서 김씨가 피를 흘리는 등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경찰이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은 당시 의료조치 상황에 대해 "김씨가 병원 치료를 원해서 119에 신고했지만, 김씨가 이후 후송을 거부했다"면서 "김씨의 어머니가 지구대를 방문해 119에 다시 신고했으나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김씨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를 쳐서 일단 석방하고 나중에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갑을 풀고 119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김씨가 서류에 침을 뱉어 던졌고,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를 막기 위해 김씨에게 다시 수갑을 채웠고 병원에 후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경찰관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씨의 병원 후송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가운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김씨에게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기다리게 했다"며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해 김씨의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현행범 체포 시 그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해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고, 부상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 관행을 개선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해당 경찰서장에게는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게 주의 조치를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경찰관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에 서울지방경찰청 합동조사단은 "해당 사안에 대해 현재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외부자문 등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면서 "인권위 권고를 충분히 검토해서 조만간 공식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