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19)'에서 이처럼 내다보았다. 강연 주제는 '전환점에 선 세계'였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구조가 변했다"라며 "성장세가 짧고 굵은 게 아니라 길고 얇아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9년 6월 이후 115개월째 경기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둘째로 긴 확장세다.
이에 비해 최근 10년 사이에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평균 1.7%에 머물렀다. 과거 호황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종우 전 센터장은 "저공비행을 매우 오래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둘째로 긴 경기확장 국면을 이어왔지만,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집계를 내놓은 이래 가장 긴 경기확장(67개월)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체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경쟁성장률은 둔화해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3~2.6%대에 머물고 있다. 이종우 전 센터장은 "경제가 좋아져도 3%를 안 넘어가고, 경제가 나빠져도 2% 밑으로 안 떨어진다"며 "이런 차이를 체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리가 더 이상 경기를 쥐락펴락할 수도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올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주가지수가 금리보다 경기에 민감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기업 실적이 관건이다. 아직까지는 반도체를 빼면 뚜렷하게 성장세를 보여줄 만한 업종이 없다. 국내 기업 성장률은 2018년 반도체를 제외했을 때 7.8%에 그쳤다. 이에 비해 반도체를 넣으면 36.5%로 늘어난다.
이종우 전 센터장은 "올해에는 반도체 경기마저 안 좋아 이익을 전년 대비 70%만 올려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가지수가 뛸 만하면 경기와 기업 실적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