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외신들도 '충격'…지나친 비관 경계론도 (종합)

2019-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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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북·미 기대차 너무 컸다"...블룸버그 "3월 미·중 정상회담 영향 줄 듯"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내 결렬되자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를 기대했던 외신들도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이들은 28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업무오찬과 합의서 서명 일정을 갑자기 취소되자 한동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백악관이 회담 결렬 소식을 공식 발표한 뒤에는 베트남 하노이 현지 상황을 실시간 속보로 타전하면서 양국 정상이 대북제재 범위와 비핵화 속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CBS는 28일 "북·미 정상의 오찬회담이 연기되면서부터 현장에 혼란이 일었다"며 "고위 관리에 따르면 이번 핵담판의 미국 측 협상대표였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측에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측 협상단 내 불만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비핵화를 결심했던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비핵화 속도에 대한 이견도 이번 협상 결렬의 배경으로 꼽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향후 긍정적인 북·미 관계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회담 이틀째인 28일 오전 회담에서의 어두운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점진적 신뢰 구축 등이 실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존 커비 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자 CNN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담 결렬이 "양측 기대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 결렬이 실망스럽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양보하는 대신 협상 결렬을 택한 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커비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은 양측 이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합의를 목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국내에서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작은 비핵화 조치만 받고 큰 양보 조치를 내놓는 것 아니냐며 회의적 시선을 던져왔다.

가디언 외교 담당 에디터인 줄리언 보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훌륭한 관계 자체에 관심을 집중하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정상이 다시 과거의 거친 설전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상이 결렬된 게 예상 밖의 사건이라면서도, 이날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합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블룸버그는 협상 결렬을 무릅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3월 중으로 예고된 미·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크리스 앤스티 에디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속도보다 방향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현재 미·중 무역협상에 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비슷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에 쏠린다고 전했다.

중국은 회담 결렬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양측의 지속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업무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것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전했다.

루 대변인은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면서 “북한과 미국은 계속해서 대화를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재 구축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루 대변인은 “중국은 계속해서 우리가 마땅히 할 역할을 발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베트남 하노이 현지를 연결해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중국 검색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는 ‘북·미 서명식 취소’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신문도 백악관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됐다”며 “정상회담이 갑작스럽게 종료됐다”고 전했다.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이번 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담의 최대 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였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미국 측과 북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비핵화 등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이 각지에 흩어져 있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핵화의 갈 길은 멀어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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