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노이 선언에 영변 핵시설 폐기가 구체적으로 적시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성공 기준점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는 “전날 북·미 정상의 단독대좌와 만찬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는 다 걸러진 것 같다”면서 “큰 틀에서 양국 정상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정상은 지금 한배를 타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나름대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 대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발언들을 요목조목 짚으며 자신의 명확한 해석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단독회담 후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선 “그가 쭉 얘기해 온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 앞으로 큰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는 미래에 관한 얘기가 주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우리가 나눈 대화를)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할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서도 “돈을 내고라도 들을 얘기가 있었다는 것은 ‘알맹이’가 있었다는 얘기”라며 “알맹이는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의 핵심인 영변폐기와 제재완화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이 영변폐기에 대한 알맹이를 내놨다는 얘기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정 대표는 “2주 전 미국에서 만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차 북미회담 이후 다시 만나 협상을 할 것이다. 난제 해결까지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다양한 협상이 계속된다면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건 특별대표가 말한 ‘후속 협상’은 곧 구체적인 로드맵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4·27 남북 판문점 선언이 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문에 반영됐듯 오늘 하노이 선언에서 9·19 평양선언에 대한 지지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겠다는 남북 간 합의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필요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대해 “총 10차례 결의된 유엔 대북제재 조항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 기여를 전제로 한 면제조항이 있다”면서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해서 남북경협에 대한 포괄적 면제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일단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허용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는 여태껏 미국 눈치만 보면서 방북 허용을 꺼려왔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정부 당국자가 야당을 찾아온 일도 없고, 청와대의 설명도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한반도 역사는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로 전환됐고, 문재인 정부는 야당과 소통해 국론 통합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