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지난 23일부터 3박4일간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내륙을 관통하는 대장정이었다.
일본 TBS방송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 도착에 앞서 이날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전 3시 30분) 중국 남부 광시(廣西)좡(壯)족 자치구 난닝(南寧)시 기차역에서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14분(한국시간 오전 10시 14분)께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끄는 기관차는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운전석 창문 아래쪽으로는 터널과 열차를 형상화한 듯한 둥근 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DF4D 3058'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객차는 평양에서 출발한 전용열차 그대로였으며, 짙은 녹색에 창문 아래로는 노란색 가는 줄이 가로로 칠해져 있었다.
열차가 플랫폼에 마련된 통로와 문의 위치를 잘못 찾는 바람에 김 위원장은 도착 후 8분여간 열차에 머물러야 했다.
닫혔던 객차 문이 다시 열린 것은 8시 22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문을 열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세로 줄무늬가 있는 검정색 인민복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겉옷은 따로 입지 않았다. 65시간이 넘는 긴 여정 탓에 얼굴에는 약간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포마드'를 발라 '패기머리'를 한 그는 패기 있고, 당찬 인상을 풍겼다
김 위원장은 하차 뒤 대기하고 있던 베트남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가장 먼저 베트남 권력서열 13위인 보반트엉 공산당 선전담당 정치국원과 12초간 악수를 했고, 마이띠엔중 총리실장관과 45초간 대화를 나눈 후 그 뒤에 도열해 있던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현지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반트엉 베트남 공산당 선전담당 정치국원과 함께 자신을 맞이한 마이띠엔중 총리실장관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하자 "우리는 매우 행복하며, 베트남에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입성은 김일성 국가주석의 공식 방문 이후 55년 만이다. 그는 이번 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 평양역을 출발해 약 65시간 40분에 달하는 열차 대장정을 거쳐 베트남에 도착했다. 달려온 거리만 4500㎞에 달한다.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과 차례로 악수를 마친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 환영인파 등에 둘러싸인 채 방탄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열차 플랫폼을 벗어나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검정색 벤츠 차량에 탑승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도 이용하는 이 전용 방탄차량은 뒷문에 황금색 국장이 붙어 있었으며, 차량 앞쪽에는 인민기가 달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창문을 반쯤 내려 얼굴을 드러내고 역 주변 거리까지 몰려나온 베트남 시민 등 수천명의 환영인파를 향해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 방탄차량은 2시간 30분가량을 달려 오전 11시께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이동하는 길에 경제시찰을 겸해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방문한다는 설도 있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와 안전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응우옌득쭝 하노이 인민위원장 일행의 영접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우선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숙소에서 협상팀으로부터 비핵화 협상 내용을 보고 받고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