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9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안팎으로 관세 부과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해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되새기면서 미국의 관세 조치를 경계했다.
그는 독일 언론 슈투트가르터차이퉁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당분간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 약속을 믿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은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EU가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자동차 관세를 포함해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융커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조치가 나올 경우 EU는 즉각 대응할 것이며 미국산 대두나 에너지 수입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EU는 미국산 수입품 2000억유로어치에 보복 관세를 매기는 쪽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안에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상무부가 수입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위협한 대로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릴 경우 독일 자동차 산업이 주요 희생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관세 부과 시 독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장기적으로 반토막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fo의 가브리엘 펠베르마이르 소장은 “관세 영향으로 독일의 자동차 수출이 7.7% 급감할 수 있다. 환산하면 184억유로(23조5700억원)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70억유로 규모의 피해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를 우려하는 게 비단 외국만은 아니다. 미국 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도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자동차장비제조업협회(MEMA)는 17일 성명을 내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관세 위협으로 인한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과 우려만 높인다”고 지적하면서, “업계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관세가 어떻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백악관에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 이익단체인 자동차정책자문위원회(AAPC)의 매트 블런트 회장 역시 “미국의 수입차 관세와 그에 따른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는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 포드, 제너럴모터스(GM)이 미국에 기여하는 경제 및 고용 효과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기관인 미국 자동차연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입차 관세가 부과되면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36만6900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신차 판매가 연간 130만 대 감소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