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州)의 철광 페기물 저장 댐 붕괴 사고로 인근 지역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댐 소유주인 세계적인 광산개발업체 발리(Vale)의 주가는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브라질 역사상 최대 환경 재앙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갓 출범한 극우 친기업 성향의 자이루 볼소나루 대통령을 긴장 시키고 있다. 이번 댐 붕괴 사태로 환경 규제 완화와 열대 우림 개발 확대 등 새 정부의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현지시간) 미나스 제라이스주(州) 브루마디뉴 루마디뉴 지역에서 광산 댐이 붕괴해 28일 오후 기준으로 65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 이 댐은 광산 채굴 후 남은 찌꺼기를 보관하는 '테일링 댐 (tailing dam) '으로, 붕괴하며 생긴 거대한 흙더미와 쓰레기에 인근 주택과 차량 그리고 노동자들이 순식간에 묻혔다. 헬기를 동원한 현장 구조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대 8미터 높이의 흙더미 아래에서 지난 26일 이후 생존자가 한 명도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건설된 이 댐은 최근 집중 호우가 계속되며 균열이 생겨 붕괴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댐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소유주이자 관리자인 발리에 물어야 한다는 정치권과 유가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연방검찰총장은 "발리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경영진도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발리의 주가는 28일(현지 시각) 브라질 주식시장인 상파울루 증시에서 전날 대비 24% 하락 했다.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180억달러가 증발했다.
중국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17년 이후 세계 최대 철광 생산 업체로 도약한 발리는 인근 마리아나 지역에서도 2015년 비슷한 댐 붕괴 사고를 겪었다. 당시 발리와 호주 광산업체 BHP빌리턴이 공동 설립한 댐이 붕괴되면서 주민 19명이 사망하고 주변 마을이 매몰돼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거대한 흙더미가 650km 떨어진 곳까지 밀려가며 대규모 환경 재앙을 초래, 수십만명이 식수 부족을 겪었으며 수많은 물고기가 떼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시 댐 붕괴와 환경 재앙와 관련, 어느 누구도 사법 조치를 받지 않았다. 주민들은 미나스 제라이스주(州)에서 똑같은 '테일 댐' 붕괴 사고가 재발한 것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발리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여론의 분노를 키웠다. 파비오 슈바르츠만 발리 CEO(최고경영자)는 사고 다음 날인 2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댐은 업계 최고수준으로 건설됐다"며 "독일 감사회사인 TUV SUD와 조사한 결과 댐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사측 변호사인 세르지오 버뮤데스는 "책임을 질만한 어떠한 결정적 이유가 없다. 근무 태만이나 무모함 또는 위법 행위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발리를 향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브라질 정부는 발리의 경영진 교체를 검토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나스 제라이스 주(州) 법원은 사고 수습 이후 보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발리의 금융자산 110억 헤알(약 3조2천700억 원)을 동결했다.
이번 참사로 볼소나루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 유치, 고용 확대 등을 내세워 개발을 우선하는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볼소나루 대통령은 지나 26일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안전 관리 부재가 가져온 참담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