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경제 위기와 대통령 퇴진 요구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제사회가 상반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후로 유혈사태가 일어나면서 최소 26명이 사망하는 등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외국의 파괴적인 간섭은 국제법의 근본적인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23일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규정,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의장에 취임한 지 20여일 만에 마두로 정권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반정부 여론을 발판으로 정권 교체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이에 따라 재임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인정한 과이도 임시 대통령 등 한 나라에 두 대통령이 존재하게 되면서 당분간 베네수엘라 정세는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전후로 소유 사태가 발생, 최소 2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 파이스 등 서구 언론에 따르면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최소 26명이 사망한 가운데 군경의 진압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 첫 임기 시절인 2017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125명이 숨진 이래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발생한 첫 유혈사태다. 다른 인권단체인 포로 페날은 전날 하루에만 175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경제 위기를 맞았다.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현상으로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는 등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경제 파탄의 책임자로 떠오른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 속에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재임에 성공했으나 공식 취임 13일 만에 퇴진 위기를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