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무런 성과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영국 파운드화 환율이 급등했다.
24일(한국시간) 오전 7시 15분 현재 달러/파운드 환율은 1.3069달러로 전날 저점 대비 0.9% 올랐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이다. 장중 1.3달러를 넘기면서 하루 상승폭 기준으로는 6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셈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같은 시간 파운드/환율은 0.8710파운드로, 유로화에 비해 파운드화가 역시 강세를 보였다.
조지 오스본 영국 전 재무장관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노 딜'과 '노 브렉시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탈퇴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다"라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U의 '미니 헌법'으로도 알려져 있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르면, EU를 탈퇴하려는 국가는 탈퇴를 공식 선언한 날로부터 2년 후에 자동으로 EU를 탈퇴하게 된다. 현재 영국의 EU 탈퇴 시점은 3월 29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나머지 회원국들이 EU를 탈퇴하려는 국가의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탈퇴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 EU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영국이 요청한다면 탈퇴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미 시사한 상태다.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기를 들며 대항했던 영국 의회에서도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 딜'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의원은 2월 말까지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탈퇴 시점을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은 오는 29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플랜 B'가 담긴 결의안과 각 당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다만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보다 '노 딜'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브렉시트 셈법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MO 캐피털마킷의 유럽외환전략 책임자인 스티븐 살로는 "탈퇴 기한 연장이 브렉시트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의 환율 급등은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