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장 후보들...‘직역수호·공익의무축소’ 한 목소리

28일 앞으로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를 이끌 제95대 서울변회 회장이 가려진다. 후보자들은 그동안 ‘직역수호’와 ‘공익의무축소’를 공통공약으로 내세우며 각자 선거 운동에 매진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종우(45·사법연수원 33기), 이율(50·25기), 안병희(57·군법무관시험 7회) 후보는 약 1만 5900명 서울변회 소속회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은 ‘직역 수호’다. 변호사 직역과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유사 직역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라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박 후보는 “언론과 국회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익단체의 대표는 늘 언론과 국회쪽에 레이다를 켜놓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직역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서울회 산하 대외협력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기자 출신, 국회 보좌진 출신 변호사들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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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도 후보자 소개서를 통해 국회와 능동적·적극적 관계 확립을 공약 1호로 내세웠다. 중개·노무·기장·등기·손해사정업무에 대해 변호사 직역을 확대시키고 유사직역의 변호사법 잠탈행위에 대해선 실질적 처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강력한 구조개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예산을 절감하여 이를 회원권익보장과 직역수호에 집중하겠다”며 “서울회와 대한변협은 중복적 기능을 각기 다르게 수행함으로 인해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직역 수호에 대해 변협과 서울회가 따로 있을 수 없음에도 지금까지 각자 움직였기 때문에 집중과 효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익 의무 축소’도 공통공약 중 하나다. 공익활동 의무가 과도하다는 변호사 업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변호사들은 공익활동시간 20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법률원조지원금 명목으로 시간당 3만원씩을 내야 한다. 이런 공익활동 미이행 부담금 제도뿐 아니라 공익활동 보고의무 등 공익의무 강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통공약 외에도 후보들은 각자 나름의 차별화된 공약을 통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종우 후보...“상고심 변호사강제주의 도입”

박 후보는 1974년생으로 영동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하고, 2015년부터 4년간 서울변회 감사를 맡았다.

박 후보는 ‘상고심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으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사 사건 상고심에서 변호사 변론의 의무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또 다른 카드로는 ‘법무담당관 제도’를 내세웠다. 박 후보는 서울시나 각 구청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 채용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그는 “서울변호사회장은 서울시장 및 25개 구청장들을 모두 만나야 한다”며 “서울시나 구청에서 변호사들의 채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시도하겠다. 우리에겐 법치행정이라는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율 후보...“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

이 후보는 1963년생으로 광주 살레시오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거쳐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25기로 서울변회 재무이사와 대한변협 공보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 또는 전면적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구조공단이 변호사업계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모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월급 300~400만원을 받는 변호사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구조공단의 존재가 변호사업계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진단이다.

◆안병희 후보...“일·가정 양립지원센터 설립”

안 후보는 1962년생으로 광주 서석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법무7기로 ‘스폰서검사’ 특별검사보와 서울변회 감사, 대한변협 감사 등을 거쳤다.

안 후보는 육아·보육시설을 서울 동서남북 지법 부근에 개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일·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그는 “가장 축복받아야 할 출산과 육아가 젊은 변호사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며 “젊은 변호사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육아돌봄 업체와도 업무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안 후보는 “중재·성년후견·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 변호사회를 창립해 청년변호사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며 일자리 창출 방안도 밝혔다.

◆ 캠프들 막판 판세에 촉각...양강구도?

서울변회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후보들 캠프에서도 막판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법연수원 35~42기 청년변호사 그룹이 이율 후보의 주요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가운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표심 결집이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이 지난 7일 성명을 내 “제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 기호 1번 박종우 변호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법협의 지지선언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기호 1번과 2번의 양강구도가 됐다. 대형로펌, 민변, 사법연수원, 로스쿨 변호사들의 지지를 골고루 받고 있는 박 후보는 즉시 실현가능한 공약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회무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안 후보는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 보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투표는 지난 25일 서울 시내 9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28일 본투표 완료 후 개표해 당선 여부가 가려진다.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