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우·박성길·김종완·김정연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외과 교수와 박준호 강동성심병원 외과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급성 충수돌기염에서 수술시기가 천공과 수술 후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세계 외과학 저널(World Journal of Surge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충수돌기는 맹장 끝에 이어진 꼬리처럼 생긴 막힌 관이다. 이곳에 염증이 발생하고 고름이 차 곪거나 부어올라 종창이 생기는 것이 바로 충수돌기염이다. 충수돌기염이 발생하면 종창이 악화되면서 괴사한 충수돌기 외벽에 천공이 생겨 충수돌기가 파열될 수 있다. 또 복막염이 나타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때문에 충수돌기염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수술해야 장천공이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문제는 환자가 밤 또는 새벽에 병원을 찾을 경우 수술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과 강동성심병원에서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충수돌기절제술을 받은 환자 1753명을 대상으로 증상 발생부터 수술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천공이 발생하기까지의 관계를 분석했다.
전체 환자 중 1258명(71.8%)은 수술 후 천공이나 합병증이 없었지만, 495명(28.2%)에게서는 천공성 충수돌기염이 발생했다. 천공발생 환자 중 176명에게서는 수술 후 합병증이 나타났다.
두 환자군을 대상으로 충수돌기염 증상 발생부터 수술까지 걸린 시간을 나눠 증상발생부터 입원까지 걸린 시간을 ‘증상시간’으로, 입원부터 수술까지 걸린 시간을 ‘재원시간’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충수돌기염 환자가 병원에 올 당시에 체온이 38도를 넘고, 백혈구 수치가 혈액 1μL당 1만3000개를 넘으며, 백혈구 내 호중구 비율이 80%를 넘었을 때, 그리고 증상 시간이 24시간을 초과한 경우에 천공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합병증 역시 호중구 비율이 80%를 넘고, 증상시간이 48시간을 넘는 경우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단 재원시간은 천공과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충수돌기염 환자가 밤이나 새벽에 입원해서 다음날 수술을 받더라도 증상 발생 후 24시간 안에만 수술을 받는다면, 천공이나 합병증 발생 등 수술예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완 교수는 “충수돌기염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금식을 하며 항생제를 투여해 염증을 조절하기 때문에 밤이나 새벽에 입원해서 다음날 수술을 하더라도 천공이나 합병증 발생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열이나 염증수치, 복통 발생기간 등 처음 병원을 찾을 당시 환자상태가 수술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충수돌기염으로 밤이나 새벽에 병원을 찾을 경우 현재 의료여건상 바로 수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환자나 보호자의 걱정이 컸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충수돌기염 환자가 응급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천공이나 합병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충수돌기염은 흔히 맹장염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충수돌기는 맹장과는 다른 부위이다. 충수돌기를 제거해도 소화계통이나 면역계통의 기능에는 아무 영향이 없기 때문에 충수돌기염이 생기면 충수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