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세운 수빅 조선소가 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나 중국과 필리핀 정부 등이 인수를 적극 검토하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 인수와 관련, 중국 조선소 몇 곳과 필리핀 정부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반면 필리핀 정부는 수빅 조선소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수빅 조선소는 필리핀 은행으로부터 총 4억1200만 달러(한화 4622억원)를 대출 받았고, 고용 인원만 약 2만명에 이른다. 현지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중국 측이나 필리핀 정부 입장에선 양보하기 쉽지 않은 매물인 셈이다.
수빅 조선소와 채권자들도 청산보다는 새 투자자를 받아 회사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필리핀 정부가 인수할 공산이 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수빅 조선소를 인수하고, 해군의 관리 아래 둘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戰時)에 군함 등을 생산하는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이 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빅 조선소 매각이 양국 정부가 개입한 국제전으로 비화돼, 매각가를 크게 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필리핀은 현재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조선 국가"라면서 "특히 현지 정부가 수빅 조선소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빅 조선소 경영권도 필리핀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8일 수빅 조선소는 과도한 부채에 따른 재정 악화로 필리핀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