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또 ‘박항서 매직’에 웃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따진 극적인 16강 진출이었다.
베트남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최종 3차전에서 예멘을 2-0으로 꺾고, 1승2패(승점 3·골득실-1)로 조 3위를 확정했다.
16강 자력 진출에 실패한 베트남은 18일 펼쳐진 F조 오만-투르크메니스탄, E조 북한-레바논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 F조와 E조 경기에 앞서 베트남은 바레인(승점 4·골득실0)과 키르기스스탄(승점 3·골득실0)에 이어 3위 팀 가운데 3위였다.
먼저 경기를 끝낸 오만이 투르크메니스탄을 3-1로 이겨 승점 3(골득실0)을 확보하면서 바레인(승점 4·골득실0)과 키르기스스탄(승점 3·골득실0)에 이어 15번째로 16강행을 확정했다. 베트남은 16강행 막차 탑승은 북한과 레바논전 결과에 운명이 달려 있었다.
레바논은 북한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후 네 골을 몰아쳐 4-1로 대승했다. 하지만 레바논은 웃지 못했고, 베트남의 기적 같은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베트남은 레바논(승점3·골득실-1)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까지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경고를 2개(5-7) 적게 받아 페어플레이 점수를 통해 극적인 16강행 마지막 티켓을 따냈다.
베트남은 2007년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8강까지 올랐으나 당시에는 16개 팀이 출전했다. 이후 2011년과 2015년 대회에서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베트남이 원정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017년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사상 첫 준우승을 이뤄낸 뒤 아시안게임 최초 4강 신화와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까지 일궈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열풍’을 일으킨 박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베트남은 20일 오후 8시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B조 1위로 16강에 오른 요르단과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또 한 번의 ‘박항서 매직’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