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다음은 스타벅스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경고다. 최근 중국 내 판매 부진으로 애플 실적이 곤두박질쳤는데, 스타벅스가 애플에 이어 ‘차이나쇼크’ 다음 주자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스타벅스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온다. 이미 지난해 3분기 중국 내 스타벅스 매출은 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올해 중국 매출이 1~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역대 최악의 성장률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타벅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는 기존의 75달러(8만4000원)에서 68달러로 9% 이상 낮췄다.
우선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중국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5~6.6%로, 1990년 이래 가장 낮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중국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소비증가율은 8.1%로, 2003년 5월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량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투자 심리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도 침체 양상을 띠었다. 골드만삭스가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타벅스가 ‘차이나쇼크’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한 이유다.
특히 중국 소비 '큰손'인 4억명 규모의 중산층 화이트칼라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브랜드가 스타벅스인데,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집값·임대료 급등, 가계 부채 증가로 그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무역전쟁, 과다부채 등 요인으로 중국 경제 전망치도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서 고조되는 반미 감정도 스타벅스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 간판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프로그램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지지하는 만큼 앞으로 미국 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산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대신 찾기 시작한 중국 커피기업은 이제 스타벅스를 위협할 만한 존재로 떠올랐다. 루이싱(瑞幸)커피가 그것. 지난해 1월에야 영업을 개시한 루이싱커피는 창업한 지 1년여 만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까지 매장 수를 전국 2000개로 확대한 루이싱커피는 올해는 2500개 매장을 신규 오픈해 스타벅스를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1999년 중국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20년간 전국 약 150개 도시에서 3600개 매장을 오픈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다.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액만 8억5700만 위안(약 1422억원)에 달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루이싱커피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건 스마트 주문결제, 가성비, 배달서비스다. 현장 주문을 없애고 스마트폰 앱으로 커피 주문 후 결제하면 시간에 맞춰 매장에서 커피를 수령하거나 배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아메리카노 그랑데 사이즈의 경우, 루이싱커피(21위안)와 스타벅스(27위안)의 가격 차는 6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이나 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디저트를 추천하고 할인행사도 진행하며 커피업계에 '신유통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위해 중국 인터넷공룡 텐센트와도 손잡고 안면인식 결제,이미지 식별, 로봇 무인배송 등 방면에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콧대' 높던 스타벅스가 루이싱커피를 '모방'해 지난해 8월 중국 또 다른 인터넷기업 알리바바와 손잡고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