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한 해를 보냈던 신흥국 경제가 올해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 신호(양적 완화 선호)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 등 변수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24개국 신흥시장 중대형주 주가를 반영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주식지수는 전날보다 1.8% 높은 967.01에 마감했다. 한 달 새 가장 높은 상승세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인내심을 갖고 경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2016년과 마찬가지로 긴축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출구 전략을 강행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2016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금리를 줄곧 동결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선 지 1년 만인 12월에야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금리인상 횟수는 당초 3차례에서 2차례로 수정한 상태다.
작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신흥시장 화폐 가치도 반등했다. 지난 4일 JP모건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전날 대비 1.1% 상승했다. 일일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터키 리라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각각 달러에 비해 2.7%, 2.5% 상승했다. 칠레 페소화는 1.9% 올랐다. 러시아 루블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브라질 레알화도 각각 1.3% 이상 가치가 올랐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주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미국 인플레이션, 브라질 인플레이션 등 줄줄이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각국 주요 경제 지표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즈웨이캐피털매니지먼트의 양적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 구블러는 "현재 시장은 신흥 경제시장의 주식에 많은 기여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며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신흥시장 지수는 2009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고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