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청와대 인사, 선거 부채는 잊어라

2019-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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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새해는 겨울 새벽과 함께 시작된다. 은근한 설렘과 날선 긴장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올해는 집권 3년차다. 느슨한 거문고 줄을 다시 고쳐 맬 때다. 새해 벽두는 그런 시간이다. 올해는 국정 운영에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지율 회복을 통해 가능하다. 그것은 경청과 과감한 인사를 통해 도달한다. 경청은 민심을 살피는 겸손함이다. 또 진영을 벗어난 인사쇄신은 공감을 얻는 지름길이다.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는 익숙함과 관성을 벗어나는데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왕조는 당(唐)이다. 흔히 성당(盛唐)시대로 부른다. 태종 이세민(李世民)과 신하 위징(魏徵)은 ‘정관의치(貞觀之治)’를 열었다. 위징은 태종 곁에서 지겹도록 쓴 소리를 해댔다. 때론 목숨을 걸었다. 정관 6년 일이다. 태종은 “옛날 제왕 가운데 흥한 이도 있고 망한 이도 있다. 어떤 차이냐”며 의견을 구했다.
위징은 “망한 군주는 평안한 시기에 그 위험을 잊고 혼란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백성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내게 거울 세 개가 있었다. 하나는 의관을 정제하는 거울이고, 또 하나는 역사를 살피는 거울이며, 마지막 거울은 위징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깨졌다”며 통곡했다. 쓴 소리를 잘 듣는 열린 군주와 바른 말을 아끼지 않는 신하가 당(唐) 제국을 만들었다.

조선 세종도 경청 능력이 뛰어났다. 재임 기간 중 무려 1,898차례 경연을 가졌다. 신하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반대 의견은 물론이고 자신에 대한 비난조차 적극 수용했다. 한번은 과거 시험에서 자신을 비판한 인물이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당사자는 하위지(河緯地), 시험 책임자는 영의정 황희(黃喜)였다. 둘 다 처벌하라는 상소가 빗발쳤다. 세종은 “내가 죄를 주려해도 그대들이 보호해야 마땅하거늘 처벌하라니 통탄할 일이다”며 격노했다. 그렇게 세종은 조선 500년 역사에서 꽃을 피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품성을 지녔다. 경청 능력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집권 2년 동안 선별적으로 듣는데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집권초기에는 주변 사람을 등용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진영논리에 포획될 우려가 높다.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는데 걸림돌이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집권 3년차는 일하는 사람을 쓸 때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바른 말을 하는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과감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거론한 위징과 황희는 좋은 사례다. 공교롭게도 위징은 태종에게, 황희는 세종에게 정적이었다. 위징은 태종 즉위 과정에서 반대편에 섰다. 그러나 태종은 자신을 죽이려했던 위징을 등용했다. 세종 또한 마찬가지다. 황희는 세자(양녕대군) 폐위를 적극 반대했다. 다시 말해 세종(충녕대군) 즉위를 앞장서 반대한 인물이다. 그런데 세종은 황희를 재상으로 기용했다. 당태종과 세종이 보여준 포용력은 헌신을 이끌어냈다.

링컨 또한 통합과 화해를 바탕에 두고 리더십을 펼쳤다. <권력의 조건>이란 책은 이런 링컨을 조명했다. 경쟁자도 끌어안은 포용력이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정적인 에드위 스탠튼을 전쟁장관으로 기용했다. 그는 링컨을 “긴 팔 원숭이” “촌뜨기”로 모욕했었다. 링컨은 개의치 않고 중책을 맡겼다. 스탠튼은 남북전쟁 승리로 믿음에 보답했다. 기해년 대한민국에도 이런 리더십과 정치가 절실하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임박했다. 최근 잇따르는 청와대발 기강해이를 의식한 조치다. 인적쇄신은 흐트러진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려면 관성적인 인사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번에도 선거 캠프 출신이나 코드 인사만 찾는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감동도 주지 못할뿐더러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문성과 소신을 갖춘 인물이라야 한다. 대통령에게 주저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폭넓은 시야를 갖춘 유연함이 필요하다.

당태종과 조선 세종은 관성을 뛰어넘어 인재를 구했다. 그리고 군주 앞일지라도 거침없이 반박하는 이들을 중용했다. 내편 네 편을 가르지 않았다. 과감한 인재 등용,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리더십이다. 찬란한 문화, 부강한 나라는 그런 결과물이다.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은 그럴 때 가능하다. 반향실 밖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선거 뒤치다꺼리만 할 것인가. 부채의식을 떨치고, 논공행상을 멈출 때 등 돌린 민심이 돌아온다. 그래야 국민들도 고통을 감내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청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들어야 한다. 야당에게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조는 1760년 청계천 준설에 앞서 다양한 계층과 소통했다. 관료는 물론이고 재야 선비, 일반 백성까지 두루 만났다. 그리고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57일이란 짧은 공사기간 동안 무려 21만 5,000여명을 동원한 비결이다. 경청은 상대를 포용하고 경계심을 허무는 최대 무기다. “천하에 오직 두려할 것은 백성뿐”이라고 했던 400년 전 허균의 외침을 새기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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