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하늘 수놓은 순천만 흑두루미…새해 마중하는 우아한 날갯짓

2019-01-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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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습지에 둥지 튼 흑두루미떼 장관…그림 같은 선암사 풍경 압권

국가정원 열차 타고 자연 즐긴 뒤 와온마을 꽃섬 배경으로 일몰 감상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순천방문의 해다. 관광객들을 맞을 채비를 마친 순천(전남)은 희망과 설렘이 가득하다.
방문의 해를 축하라도 하는 듯 순천만은 겨울 진객 흑두루미 2600여마리가 몰려와 우아한 기품을 뽐낸다.
낮이면 논에서 먹이활동을 벌이다 밤이 되면 습지로 옮기며 하늘을 온통 뒤덮는 장관을 연출하는 흑두루미 떼는 오늘도 가슴 벅찬 감동을 안긴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순천만 흑두루미는 매년 10월에 찾아와 약 6개월간 순천만에서 월동하고 이듬해 3월말경 떠나는 겨울 철새다.[사진=국제물새네트워크 제공]

학(鶴)이라 불리는 두루미는 ‘장수’를 상징한다. ‘학수(鶴壽)’를 누린다고 하면 두루미처럼 장수한다는 뜻이다. 오래 사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十長生)’에도 두루미가 포함됐다.

두루미는 선비의 고매한 기품과 기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에 예로부터 공예품, 그림, 시, 복식 소재로 사용됐다.

흑두루미는 일반 두루미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두루미는 순백의 몸에 날개깃 끝이 검고 정수리에 붉은 점이 찍혀 있지만 흑두루미는 두루미보다는 몸집이 작고 목 아래 깃털이 검은빛을 띤다.

순천만 흑두루미는 매년 10월에 찾아와 약 6개월간 순천만에서 월동하고 이듬해 3월 말경 떠난다.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2592마리가 살고 있다.

흑두루미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이승희 순천시 주무관의 얘기다. 흑두루미 떼가 이동 중이던 얼마 전에는 개체 수가 최고 3000마리까지 불어난 적도 있었지만 500여마리가 줄었단다. 아마 줄어든 500여마리의 흑두루미는 일본으로 갔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승희 주무관은 “두루미들은 밤이 되면 삵 등 천적을 피해 갯벌로 이동하는데, 이때 망원경과 계수기를 이용해 두루미의 수를 일일이 세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시의 시조이기도 한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인 동시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자료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류다.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흑두루미가 대략 1만6000~1만7000마리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흑두루미가 이곳 순천만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순천만 국가정원·와온마을 등도 여행 필수코스
 

겨울에 찾은 순천만 국가정원[사진=기수정 기자]

순천만 습지에서 흑두루미를 구경했다면 가까운 국가정원도 들러볼 만하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 폐막 후 회장을 개조해 조성한 순천만 정원은 풍덕동‧오천동 일대 부지 111만2000㎡(34만평)에 나무 505종 87만 주와 꽃 120종 400만 본을 식재했다. 

순천만 정원과 순천 문학관 구간(4.64㎞)을 연결하는 소형 무인궤도 열차도 운행해 좀 더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정원을 둘러본 후 열차를 타고 김승옥 문학관으로 이동해 하차한 뒤 순천만 초입 무진교까지 1.2㎞ 구간은 갈대열차로 갈아타고 가면 된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 중 하나가 용산 낙조 전망대다.

입구에서 용산 전망대까지는 데크길을 따라 40~50분 정도 걸으면 오를 수 있다. 순천만 너머로 해가 기울면 갯벌과 굽이굽이 휘어진 수로는 황금빛으로 물드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일몰 감상 포인트로는 와온마을 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해 질 무렵 와온마을 해변에 서면 서쪽으로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이름도 아름다운 '꽃섬'이다.[사진=기수정 기자]

해 질 무렵 와온마을 해변에 서면 서쪽으로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이름도 아름다운 '꽃섬'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섬 주위로 해가 떨어져 절경을 연출한다.

와온마을 동쪽에는 여수가 있고, 남서쪽으로 가면 고흥반도와 순천만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와온마을은 순천은 물론 인근에서도 유명한 꼬막 생산지로 전국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특히 10월부터 5월 사이에는 배에 갈퀴를 달아 꼬막을 퍼 올릴 정도로 생산량이 엄청나다.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암사[사진=기수정 기자]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선암사·승선교 

조계산 동쪽에 자리잡은 선암사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선암사는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태고종의 고찰로 백제 성왕 7년(529년)에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짓고, 신라 경문왕1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선암사는 조계산 반대편 서쪽 산 중턱에 있는 송광사의 명성에 가려 덜 알려진 편이지만 오히려 그 덕에 고즈넉한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산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겨울을 제외하면 1년 내내 절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울창한 숲이 지붕을 만들고, 벽을 만들어 그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선암사 가는 길에는 보물 400호로 등재된 아치형의 승선교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인데 뒤쪽으로 보이는 강선루(降仙樓)와 어우러진 풍경이 압권이다.

선암사는 보물 7점 외에도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로, 일주문 등 지방 문화재가 12점이나 있어 빠짐없이 챙겨볼 만하다.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 떼[사진=국제물새네트워크 제공]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지금 흑두루미 2600마리가 순천만에 살고 있다.[사진=국제물새네트워크 제공]

흑두루미는 두루미보다는 몸집이 작고 목 아래 깃털이 검은빛을 띤다.[사진=국제물새네트워크 제공]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사진=국제물새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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