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 등으로 글로벌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 선을 돌파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5분(한국시간) 현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근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0.17% 오른 온스당 1297.00달러를 기록 중이다. 2시간여 전에는 한때 온스당 1300.40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값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레이너 마이클 프레이스 토러스웰스어드바이저 이사는 "금 랠리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금이 '안전한 돈'이라고 깨닫게 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 불황, 중앙은행 정책 실수, 미국의 채무 부담 가중 등을 둘러싼 우려가 금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잠시나마 심리적인 저항선인 온스당 1300달러 선을 넘은 만큼 수요 증가세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의 제조업 지표마저 악화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지 게로 RBC 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경제와 증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우려한다"며 "투자자들이 계속 안전자산을 찾는다면, 금값이 조만간 온스당 13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버트 캐플런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와 한 회견에서 경제의 향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①세계 경제 성장둔화 ②금리 민감 산업의 취약성 ③증시 급락 등 빠듯한 금융시장 환경 등이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할 지난해 12월 고용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지표와 함께 고용지표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연준이 물가안정·완전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2월 고용지표는 이날 밤 10시30분에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18만4000명으로 전월의 15만5000명을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전체로는 245만 명으로 2015년 이후 최대가 되는 셈이지만, 월간 전망치로는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11월 월평균 신규 고용자 수는 20만6000명이다. 그나마 지난달 실업률은 4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11월의 3.7%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미국 고용시장 전망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월가의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은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올해 신규 고용자 수가 월평균 15만6000명, 연간으로는 187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