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충격'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기 둔화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와 증시 급락을 초래하면서 미중 모두 시급하게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CNBC는 중국 경제가 절뚝거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만, 애플의 실적 부진 경고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야기된 중국의 불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신호이자 미국 기업과 경제에도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뚜렷한 근거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중국 수요 둔화를 이유로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매출 전망치를 종전보다 최대 9% 낮춘 840억 달러로 제시했다.
안 그래도 경기 둔화를 우려하던 뉴욕증시는 충격에 빠졌다. 다우지수가 2.8% 곤두박질쳤고 S&P500지수도 2.5% 미끄러졌다. 애플이 10% 가까이 폭락했고 관련주도 줄줄이 고전했다.
스트레티게스 리서치의 댄 클리프튼 소장은 CNBC에 중국이 이미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지면서 양측 무역 협상단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장은 “협상의 동기가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은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이 무역전쟁 휴전 기한으로 정한 3월 1일까지 중국과 기꺼이 합의에 이를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분석업체인 차이나베이지북의 릴랜드 밀러 CEO는 증시 부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룸버그를 통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중국의 경기 냉각은 중국 측 무역 협상단에 합의점을 찾으라는 압박을 가했다”면서 “미국에서는 증시 하락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무역갈등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줄곧 ‘관세’를 부르짖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와서는 ‘협상’ ‘진전’ ‘타결’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해 첫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서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씨티그룹의 시저 로저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련의 상황이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경제 상황만 보자면 여전히 미국이 협상에서 중국의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시하는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억지로 합의에 나설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로저스는 3월 1일까지 미중 간 대타협이 나오지 않더라도 신규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애매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이 경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양국은 오는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미중 정상이 만나 지난달 무역전쟁 '90일 휴전'을 선언한 이후 양국이 대면 협상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