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공백을 어찌할꼬.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모의고사’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아닌 평가전이었지만, ‘벤투호’의 손흥민 공백 과제를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변형 스리백 전술을 꺼내는 등 에이스 손흥민이 빠진 ‘플랜 B’를 가동했다. 황의조가 원톱으로 나섰고, 이청용과 황인범이 2선 공격수로 투입됐다. 기성용과 정우영이 중원을, 좌우 윙백은 황희찬과 이용이 맡았다. 김민재와 김영원, 권경원이 스리백 테스트를 받았고, 골키퍼 자리는 김승규가 책임졌다.
한국은 사우디를 상대로 경기 내내 고전했다. 위기도 수차례 있었지만, 가까스로 실점을 면했다. 공격력은 더 아쉬웠다. 벤투 감독이 맡은 이후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던 한국은 이날 사우디를 상대로는 무기력했다. 그동안 강점이던 빠른 공격 전개도 사라졌고 득점 기회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골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후반 36분에는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지만,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실축으로 천금 같은 기회마저 놓쳤다. 굴욕적인 ‘유효 슈팅 제로’ 경기였다.
이번 평가전은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손흥민 공백’의 대안을 찾는데 집중한 경기였다. 하지만 최종 모의고사에서는 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팀 토트넘과 협의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에 나서지 못한다. 손흥민은 필리핀(1차전·7일)과 키르기스스탄(2차전·12일)전에 결장하고,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부터 출전이 가능하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과 한 조에 속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중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약체로 평가된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개막을 앞두고 치른 사우디와 평가전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기성용의 페널티킥 실축은 ‘결정적 한 방’의 실종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더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호흡을 맞출 시간도 짧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 출장하고 있는 손흥민은 체력적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벤투호는 손흥민 없이도 우승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필리핀전에 나서게 됐다. 한국은 오는 7일 밤 10시 30분 필리핀을 상대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