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도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발효됐다. 다만, 이미 방대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한 우리나라 무역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이 주요국에서 우리나라에 버금가는 시장개방을 얻어내고 CPTPP가 향후 세계 무역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우리도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가입 효과와 산업계 영향 등을 저울질하며 가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 CPTPP가 아니더라도 기존 FTA를 통해 시장개방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우리 기업이 이들 국가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때 누려온 FTA 이점은 사라진다.
CPTPP 전에는 일본이 캐나다, 호주 등에 수출할 때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보다 높은 관세를 냈지만, 앞으로는 수출 조건이 비슷해진다.
통상 전문가들은 향후 CPTPP에 더 많이 국가가 가입하고 영향력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가입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CPTPP는 거의 모든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자유화 수준이 상당히 높고, 노동·환경,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선진 규범을 담아 세계 무역질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향후 CPTPP를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분야인 디지털 통상 등에 대한 규범 논의가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배제될 위험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멕시코·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 대한 수출 확대 기대와 한일 시장개방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CPTPP는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그러면 일본과의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일본과의 교역에서 283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국내 시장을 개방할 경우 자동차, 기계, 부품·소재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는 자동차 업계는 CPTPP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탈퇴한 상황에서 한국의 CPTPP 가입은 일본과의 FTA 체결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한 양허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입을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이 CPTPP로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이 서두르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미국의 가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CPTPP 같은 다자무역체계보다 상대국을 힘으로 누르기 쉽고 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양자 무역협정을 선호해 현재 일본, EU와 각각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CPTPP 회원국들은 아직 가입 희망국에 대한 가입 절차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들은 내년 1월에야 가입 조건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산업계 영향과 다른 국가 동향 등을 분석하면서 가입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서 현재 당면한 통상환경, CPTPP측의 신규 가입 논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가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