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공식 무역협상 재개…추가 공세 명분 되나

2018-12-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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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내년 1월 둘째주 베이징서 첫 대면 협상 개시"…"협상 의지 약해…돌파구 못 낼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90일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내년 3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면 무역전쟁을 끝내겠다며 추가 공세를 중단한 것이다. 덕분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로 노심초사해 왔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협상 시간표조차 오리무중이었다.
그 사이 트럼프 행정부에선 협상이 실패하면 폭탄관세 공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각각 연간 2500억 달러, 1100억 달러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폭탄관세를 물리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연간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폭탄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고,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련의 추가 조치가 휴전 합의로 미뤄졌을 뿐, 협상이 실패하면 언제든 강행할 수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비공식적으로나마 협상 시간표가 알려진 건 긍정적이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대표단이 내년 1월 7일 시작되는 주(둘째 주)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첫 대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서 또 하나 주목할 건 이번 협상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이끈다는 점이다. 통신은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팀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중 무역협상을 주도했다. 백악관 내부 대중 강경파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므누신 장관은 실질적인 협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 이번 협상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드레그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USTR이 다음달 대표단을 이끄는 건 긍정적이지만,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광범위한 돌파구를 향해 가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기간인) 90일의 상반기에 장관급 관리들의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협상 의지를 근본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중 정상의 합의 직후 협상시한 연장 가능성부터 일축했다. 그는 이달 초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서 대중 무역전쟁 휴전 시한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시한은) '엄연한 최종시한(hard deadline)'"이라며 "대통령과 얘기할 때 그는 3월 이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0일이 끝나면 (유예된) 관세들이 오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협상 실패를 명분으로 대중 무역공세를 대폭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도 일부 양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협상의 의제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스파이 행위 등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를 내세웠다. 중국은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법안 제정 추진, 700여개 품목에 대한 수입 관세 인하, 미국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대두(콩) 수입 재개 등 유화책을 내놨지만,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제조업 고도화 및 첨단산업 육성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사실상 '기술냉전'이라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중국제조 2025를 고수하는 한 협상의 여지가 제한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너선 펜비 TS롬바드 중국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은 협상 타결을 원하는 동시에 제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까지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게 해주고, 자체적으로 경제 현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과세계화센터의 왕후이야오 이사장은 "중국은 진심으로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걸 보여줬지만, 미국의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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