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국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춤추겠다. 그만큼 움츠러든 투자심리를 되살려줄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 주요국이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단박에 가시적인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고개 드는 약세장 진입 우려
원인으로는 미국 정정 불안과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12일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두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공개적으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S&P500은 8거래일 만에 11%가량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기준금리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 번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유선회의를 열어 파장을 키웠다. 시장에서 지금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뒤늦게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므누신 장관마저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에 대한 신임을 표명하고 "미국 주식을 살 좋은 기회"라고 말하기는 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 해임설이 잦아들고, 부분 폐쇄(셧다운)에 들어간 미국 정부가 정상화될 때까지 관망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선방해온 미국 주식시장마저 무너지면서 위험자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걱정에 국제유가도 추락
경기에 가장 민감한 위험자산인 원유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현지시간 24일 6.7% 하락한 42.53달러를 기록했다.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값이다. WTI는 올해 10월 고점에 비해서도 44% 넘게 빠졌다. 브렌트유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50달러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유가 약세 이유로는 정치적인 이슈보다 수요 둔화가 주로 꼽힌다. 그만큼 경기가 걱정이라는 얘기다.
국내 상황은 더욱 불안하다. 4분기 어닝쇼크에 대한 공포가 주가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 당장 양대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NH투자증권은 이를 반영해 4분기 상장법인 영업이익 추정치를 한 달 전보다 6%가량 하향 조정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1분기 예상치도 6% 넘게 줄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더디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호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스피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우리 주식을 매수(약 700억원)한 점도 긍정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줄기차게 매도공세를 이어갔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리 조정을 받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그래도 투자심리가 계속 위축된다면 동반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