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석현 수산중공업회장]
지난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을 감수하고 이 글을 작성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위험의 외주화'로 진단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처방하려는 것이 반드시 최적은 아니라는 관점에서 짚어본다.
우선, 위험 요소가 있는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운영자가 전부 직영화 하면 사고는 원천적으로 방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우리 사회는 물리적 화학적 요소로 가공된 최신 문명의 이기들이 작동하는 정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시설과 이용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항상 사고 유발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안심하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설비에 대해 적절한 안전 진단이 이루어지고 전문적 지식이 있는 유자격자가 운영 및 정비를 하도록 제도가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화력의 경우 이 두 가지가 결여되어서 발생한 사고이다. 근무 장소는 컨베이어벨트가 24시간 돌아가면서 막대한 양의 석탄을 운반하는 위험한 장소이다. 첫째 밤에도 대낮처럼 훤히 조명이 설치되었어야 하는 장소이다. 둘째 반드시 2인 1조로 근무하도록 했어야 한다. 셋째 근무자 중 선임자는 최소 5년 이상 근무를 해서 현장의 위험 요소를 훤히 알고 있었어야 한다. 넷째 아주 위험한 곳은 추락·끼임 등의 사고가 원칙적으로 발생치 않게 방호책을 설치 했어야 한다. 다섯째 일정한 간격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서 근무자 위치를 컨트롤 룸에서 관찰이 가능하게 했어야 했다. 이러한 설비 투자와 규정을 운영자가 미리 제도화 해서 운영을 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만일 일어났다고 해도 바로 동료가 도움을 주어서 구조가 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외주화를 직영으로 전환한다고 사고가 근본적으로 방지될까?
우리는 고층 빌딩의 외벽 유리창 청소를 위해 줄을 타고 청소하는 분들을 본다. 일반인들은 아찔 해서 작업대 위에 앉아 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모든 설비의 안전을 점검해서 운용하고 수년간 훈련된 그분들이기에 그 일을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 만일 그 일이 위험하니 모든 고층 빌딩 외벽 유리창 청소를 직접 고용해서 실시하라고 하면 더 안전하게 될까? 마찬가지 이유이다.
다음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이다. 민노총 등은 발전소 운전, 정비공사에 종사하고 있는 민간 정비업체 직원들을 발전사가 직접 고용해서 정규직화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이 역무에 민간이 참여하게 되었는지 역사성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전력은 발전사업의 주체로서 발전·운전·운영·정비·송배전·검침·과금 및 수금까지 모든 업무를 직접 고용으로 수행하는 전력산업 독점 국영업체였다. 그로 인하여 부조리 불합리 비효율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핵심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발전, 주설비운전, 운영·송배전, 과금 및 수금을 제외한 업무를 외부에 용역이나 공사 형태로 분리하게 되었다. 검침과 비핵심 설비의 운영은 한전산업개발로. 정비는 한전KPS로 자회사 형태로 분사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독점 폐해가 나타나 일부 역무를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민간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효율을 기해 왔다.
특히 정비사업을 독점하던 한전KPS는 DJ정부 시절 발전사 분할 때 극심한 노동쟁의에 의해 핵심발전소 운전을 정지시킬 정도의 위협을 가한 적도 있었다. 이때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민간업체를 육성하도록 발전사에 지침을 시달 했었다. 이 조치가 시행된 후 한전KPS는 발전소 운전 중단 위협이 될 정도의 극심한 노동쟁의는 발생하지 않았고 효율 경쟁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효과가 입증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민간업체가 15여개 육성이 되었고 종사자도 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일부 민간업체는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서 한전KPS도 보유하지 못한 세계적인 특화 기술도 보유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하고 있다.
또한, 민간 정비업체에 근무하는 대부분 직원은 장기 근속을 하고 있는 정규직이며 상당수 직원은 10년 이상 근속자이고 일부 직원은 20년 근속자들도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민간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폄하하고 발전 공기업에 소속되어야 정규직이라는 왜곡된 해석을 하고 발전사에게 직고용을 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다른 목적이 있기에 주장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왜곡되고 부당한 해석이다.
오히려 정비공사와 용역 업무를 효율 경쟁 역무와 안전 중시 역무로 구분하고 효율 부분은 기업의 수행 능력 평가를 강화하고 안전 부분 역무는 종사자 자격 제도를 강화해서 실비 정산하는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다. 위험 작업도 고기능자가 고임금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