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은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 메이커이자 천재 춤꾼인 로기수(도경수 분),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분), 전쟁 통에 아내를 잃은 병삼(오정세 분), 뛰어난 댄스 실력을 가졌으나 몸이 허약한 샤오팡(김민호 분)을 모아 ‘스윙키즈’라는 이름의 댄스팀을 꾸린다. 하지만 국적, 언어, 이념, 성격 등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싸우기 바쁘고 춤 실력마저 오합지졸인 터라 리더 잭슨의 속만 끓인다. 데뷔 날짜가 점점 가까워지는 가운데 스윙키즈는 음모와 오해로 해체 위기까지 맞는다.
2008년 ‘과속스캔들’로 감독 데뷔해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을 연이어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독창적인 연출력과 세대 공감 스토리로 대중에게 사랑 받았던 강 감독은 이번에도 오합지졸 댄스단의 탄생기와 성장기 그리고 아픈 역사와 흥겨운 춤판을 대비시키며 관객들의 희로애락을 끌어낸다.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을 보고 만든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한다. 뮤지컬만큼이나 화려하고 흥겨운 스윙 그리고 보는 맛이 넘치는 탭댄스로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박진감 넘치는 탭댄스는 한 신 한 신 배우들의 드라마를 담아내고 다채로운 명곡은 화려한 댄스와 함께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재스의 스탠다드 넘버로 꼽히는 베니 굿맨의 ‘씽씽씽(Sing Sing Sing)’을 비롯해 혁신적 아티스트라 칭송받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 등 불후의 명곡들은 귀를 즐겁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각 신에 적재적소로 이용되며 어떤 메시지들을 대신하기도 한다.
강형철 감독의 장기인 캐릭터 구축 또한 단단하다. 이념과 열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를 주축으로 꿋꿋하고 당당한 성격으로 댄스단을 쥐락펴락하는 통역사 앙판래, 댄스단의 리더 잭슨과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기 위해 댄스단에 합류한 남자 병삼, 귀여운 외모에 놀라운 춤실력을 가진 샤오팡까지. 스윙키즈를 이루는 캐릭터들은 오합지졸이지만 동시에 조화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만 댄스단 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해 개인의 서사를 늘어놓는 건 다소 장황하고 지루해 보인다. 로기수와 로기진 형제의 숨은 이야기나 로기수와 광국(이다윗 분)의 관계, 로기수와 만철의 갈등, 삼식을 둘러싼 비밀 등을 풀기에 ‘스윙키즈’의 시간은 너무 한정적이었다. 너무 많은 히든카드가 등장해 영화 말미에는 놀라움이나 충격을 안겨주지 못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 깊다. 로기수 역의 도경수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고 양판래 역의 박혜수는 그간 강 감독의 영화 속 여주인공들처럼 당차고 매력적인 면모들로 관객의 마음을 끈다. 캐릭터에 많은 매력과 능력을 부여한 건 배우 박혜수 본인이다. 언제나 맡은 바 이상을 해내는 강병삼 역의 오정세, 강 감독이 “‘스윙키즈’ 이후 관객들은 샤오팡을 검색해 볼 것”이라 자신한 샤오팡 역의 김민호, 환상적인 탭댄스 실력으로 극을 압도하는 잭슨 역의 자레드 그라임스까지. 배우들이 이루는 앙상블 또한 조화롭다. 1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3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