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에 활력을] ‘뿌리산업 집적지’ 반월·시화산단을 가다

2018-12-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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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외면한 산단, “변해야 산다”

지하철역 들어오고, 오피스텔 건설…핵심은 스마트화

문재인 대통령과 9개 정부부처가 중소기업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국내 뿌리산업 집적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찾았다. ‘스마트공장으로 제조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발표에 경남 창원은 떠들썩했지만, 경기도 안산과 시흥을 품고 있는 반월‧시화산단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반월·시화산단의 시작은 1970~80년대 만들어진 반월산단(안산 스마트허브)이었다. 1986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시화산단(시흥 스마트허브), 2022년 완성되는 시화 멀티테크노밸리(시화 MTV)를 합치면 총면적 3만8001m² 규모다. 이곳은 경기도 총생산의 45%를 차지한다. 고용인원은 전체 50%를 배출하고, 입주 업체는 1만9023개에 달한다.
 

하늘에서 바라본 반월국가산단 전경. 노후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안산 스마트허브'라고도 불리는 반월산단은 총면적 1만5374m², 산업용지면적은 7953m²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산단은 서해안 주력 기간산업벨트와 동서 지식기반산업 제조벨트 교차점에 위치하는 지리적 강점에도 기반시설 노후화와 청년층 이탈, 입주기업 해외 이전 등으로 경쟁력 약화가 진행 중이었다.

수백 명의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가 다녀간 뒤에도 별다른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탓일까. 정부가 추진하는 10개 스마트산단에 반월·시화산단 선정이 유력한 상황에도 큰 기대감은 없었다. 산업 현장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에게 ‘제조 혁신’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다. 청년들이 떠나고, 시설이 노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대한민국 부품소재산업의 동맥이 돼 준 산단이었다. 첨단 고도화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 대신 소란스럽지 않게 변화를 준비하는 담담한 모습이 반월·시화에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 ‘뿌리산업 근간’ 자부심 여전

경기지역본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도금 단지는 2010년부터 추진한 구조고도화사업 일환으로 조성됐다. 도금 공장을 한곳에 모아두면 폐수처리와 에너지 사용 비용이 절감되고, 작업 환경 개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집적화였다. 현재는 PCB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화 사업을 완료했고, 청정표면처리센터도 세웠다.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에도 도금 단지 내 직원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표면처리기술 1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뿌리산업의 집적지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다는 자긍심은 이들이 산단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반월시화산단 내 위치한 도금 공장 내부 시설. 이 업체는 영하 7도에서 도금액을 활용하는 기술 등 세계적인 도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신보훈 기자]



◆ 주거‧교통‧근무환경 개선돼야 청년 돌아온다

산단 곳곳에는 오피스텔을 짓기 위한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산단공 관계자는 "지하철역 앞 오피스텔은 준공까지 두 달이나 남았지만, 분양 물량은 벌써 완판됐다"고 귀띔했다. 부부 근로자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건립사업, 문화시설 구축과 함께 교통 환경도 좋아지고 있었다. 원곡역과 원시역이 산단 안으로 들어와 지하철로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공동통근버스 운영과 주차장, 차량정비시설 확충도 이뤘다. 산단 내부에 조성된 두 개의 지하철역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2010년부터 추진한 고도화 사업에 지금까지 민간이 투자한 금액은 2200억원에 불과했지만, 역세권 주변으로 민간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산단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주거‧교통 환경의 변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또 하나의 변화는 업무 환경 개선이다. 거칠고 위험한 노동을 중심으로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과거 모습으로는 청년들을 끌어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화산단 내 입주해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여러 말로 포장하려고 해도 산단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청년들이 찾지 않는데 어떤 미래를 볼 수 있겠냐”며 아픈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산단의 변화는 공장의 첨단화에 달려 있다. 고된 노동력이 집약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고도화된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산단 내 입주한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에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 변화가 산단 활성화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부터는 관리기본계획을 변경고시해 제조업에 한정된 입주 조건을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기업으로 확대했다. 제조업만 모여 있는 업종을 다변화해 기업별 융복합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염동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기획총괄 팀장은 “반월·시화산단의 미래는 젊은이들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올해 6월 산단 내 지하철역이 들어왔다. 주거와 교통 문제를 개선하고 있고, 단지 내 한국산업기술대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강점이다. 이제는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화의 성과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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