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사령탑의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50대 신임 대표이사(CEO)를 일찌감치 전면에 내세워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6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통해 이석희 사업총괄 사장을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CEO는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다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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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재직 당시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Intel Achievement Award)'을 3회 수상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미래기술연구원장,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CEO의 승진을 '세대 교체'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전임 박성욱 부회장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정보통신기술(ICT)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명예롭게 물러나는 행보로 해석된다. 박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올해 60대에 접어들었다. SK그룹 33개 계열사 CEO의 평균 연령 55.8세에 비하면 적지 않은 나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사를 통해 1965년생으로 만 53세인 이 CEO를 앞세워 조직 분위기 쇄신은 물론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CEO는 사내에서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면서도 과감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시설투자에 10조3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 CEO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이 CEO가 박 부회장의 후임으로 CEO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진작에 제기된 배경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액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연 매출 40조원과 영업이익 2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CEO는 승진과 동시에 반도체 고점 논란, 신규 경쟁자 진입, 글로벌 무역전쟁 등 산적한 과제를 타개해야 할 중책을 안게 됐다. 특히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한편 삼성전자를 추격해 미래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술전문가인 이 CEO의 역할과 리더십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