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되고, 전 세계적으로는 국가 안보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보이콧'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것.
미·중 양국 정상이 지난 1일 무역전쟁에 '휴전'하기로 합의한 직후 벌어진 이번 사태로 사실상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캐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앤드메일에 따르면 1일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CFO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당장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주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이날 웹사이트 담화문을 발표해 "캐나다 경찰 측이 미국 측 요구에 따라 미국, 캐나다 법률을 위반한 적 없는 중국 공민을 체포했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로, 중국은 이를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미국, 캐나다 양국에 엄정한 교섭을 진행해 즉각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 멍완저우의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은 현재 이번 사태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중국 공민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화웨이 측도 이날 성명을 발표, 멍완저우 CFO가 캐나다 현지에서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다. 화웨이는 성명에서 "회사 측은 멍 CFO가 어떤 잘못된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화웨이는 유엔을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EU)이 적용하는 수출 제재 조치와 법률법규를 잘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다. 앞서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국 법무부가 2016년부터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내세워 화웨이를 손보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각 동맹국에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으며, 이는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일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이날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보이콧' 압박이 영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하기로 한 상태다. 또 영국의 이번 결정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충격의 화웨이”라며 “화웨이의 불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