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슈롄(呂秀蓮) 전 대만 부총통은 5일 북핵 정세를 진전시키는 방안으로, 북측과의 여성 교류 등을 통한 '소프트파워 방식'을 제안했다.
뤼 전 부총통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핵 전쟁은 인류가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해야하는 전쟁이고, 저지 방식은 여러가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측의 외교적 태도 변화를 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부인인 리설주 여사,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3명 고위급 여성의 방남 행보에서 읽어냈다.
또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달이 지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 여성화장품 공장을 참관했다"며 "작년엔 김 위원장의 모든 관심사가 핵이었는데, 올해는 화장품"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파워 여성 3명이 김 위원장과 북한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뤼 전 부총통은 "(이를 보면) 북한 여성을 한국에 초청하는 문제도 고려해 볼만하다"며 "남성분들이 강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여성의 소프트한 힘을 빌릴 경우 더 창조적인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대만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그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 자유와 민주 부유함을 누리는 남한이 민간 차원의 힘을 발휘해 북한 주민과 교류하고, 민간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하면 (비핵화 협상에서)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지도자의 실수로 인해 국민이 벌을 받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이나 다양한 협력방안을 제시한다면 북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최근 뤼 전 부총통은 또 "대만은 핵무기 개발할 능력이 있지만, 국민의 평화를 위해 개발하지 않고 개발 의도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북한은 모든 자원을 투입해 핵을 개발하는 것은 국민 생활이나 경제를 많이 어렵게 한다. 하지만 대만은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이나 역량이 있지만, 평화나 자유·민주를 위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 가서 이런 이념이나 생각을 전파하고 싶다. 특히 국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뤼 전 부총통은 "지난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었을때 북한으로부터 초청받은 바 있다"며 "당시 북한을 방문할 경우,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소프트한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북측에 '외부 세계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북한에 구금된 외국인을 하루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전하자, 한두달 뒤 한 미국인을 풀어줬다"고 전했다.
또 뤼 전 부총통은 한국 정부가 최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하고, 위안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에 피해자가 많다. 대만도 그런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일본이 관련 국가에 사과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는 약 1200명의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현재 생존한 대만의 위안부 생존자는 2명으로 한국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그는 "대만과 일본은 정식으로 국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과 교섭하는것 만큼, 좋은 대우나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다"며 "대만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차원의 대우를 못 받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원 시절에 대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 국회를 찾아가 공청회도 한 바 있다고 밝힌 그는 "(강대국가들 간의 패권경쟁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니만큼) 아시아 국가끼리 상호 협력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가 전세계를 향해 빨리 사과하는 게 좋다"고도 지적했다.
민주진보당의 창당 멤버인 뤼 전 부총통은 민진당의 원로 중 한명으로, 천수이볜 총통 시절 부총통(부통령)을 지냈다. 첫 여성 부총통이자 첫 민진당 출신 부총통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대만 타오위안에서 태어났고, 국립타이완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1979년 벌어진 대만의 민주화 운동인 메이리다오 사건 당시 1급 주동자로 체포돼 투옥됐다가 이후 특별사면됐다.
여성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가, 감옥까지 갔던 뤼 전 부총통은 대만 정치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