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 영리병원이 개원한다. 조건부로 개설되는 상황이지만 그간 많은 논란을 겪어왔던 영리병원이 처음 설립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5일 오후 제주도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완공된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조건부 허가에 따라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며, 내국인 진료는 금지된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된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은 없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까지 총 778억원이 투입돼 47병상 규모로 지어졌으며, 이번 개설 신청에 앞서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국제의료코디네이터 18명 등 총 134명을 채용했다.
제주도는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와 목적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만일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까지 고려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진행된 숙의형 공론조사 위원회에서 내린 불허 권고 결정과 맞서는 결정이다. 공론화조사위는 6개월 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쳤으며, 그 결과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긍정적 의견보다 약 20% 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을 고려해 ‘개설 불허’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영리병원 개설을 불허할 경우 제주도가 받는 대외적 영향을 고려해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앞서 영리병원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도 협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 영리병원 개설 허가에는 허가 불허 시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손실 발생에 따른 민사소송 제기와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허가 신청에 앞서 채용된 직원 고용, 토지 반환, 건축물 용도 전환 불가, 투자된 중국 자본 손실 문제 등에 따른 한·중 외교 문제 비화 등도 제주도가 직면한 문제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 결정을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제주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