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아닌 '중국몽' 꿈꾸는 필리핀

2018-11-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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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항중'에서 '친중원미'로 외교노선 바꾼 두테르테

中 기업들, 마닐라베이 간척사업, 경제특구 건설 등 참여

인프라 개발 속 필리핀 경제자신감

필리핀 마닐라 베이에 진행 중인 간척사업. 이곳엔 필리핀-중국기업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뉴 마닐라 베이 시티 펄'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사진자료=hpa]


필리핀 마닐라 베이에서는 현재 대규모 간척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필리핀-중국 개발업자들의 컨소시엄인 UAA킨밍개발그룹이 주도하고, 홍콩 건축설계 사무소 hpa가 설계한 ‘뉴 마닐라 베이 시티 펄’ 프로젝트다. 407ha(약 123만평) 규모의 바다를 메워서 이곳을 신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엔 무인 모노레일을 비롯해 8000석 규모의 다목적 경기장, 18홀 골프코스, 컨벤션 센터, 오피스빌딩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집권 후 "그동안 미국과 가깝게 지내면서 실제로 얻은 이득은 없다"고 외치며 기존의 미국과 연합해 중국에 대항하는 '연미항중(聯美抗中)'에서 중국과 가깝게 지내고 미국과 거리를 두는 '친중원미(親中遠美)'로 외교노선을 바꿨다. 
그 결과, 중국과 필리핀 간 관계 개선 속에 중국기업들의 투자가 필리핀으로 몰려오고 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인프라 건설계획과 맞물려 곳곳에서 인프라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최신호에서 이를 '필리핀의 중국몽(中國夢·중국꿈)'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얼마 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필리핀을 찾은 후 필리핀이 ‘중국몽’ 실현에 점점 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이 수십억 달러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부터 알바이 주 레가스피, 소르소곤 주 마트녹까지 총 길이 581㎞를 잇는 1510억 페소 투자 규모의 철도 건설사업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중국 국유기업인 거저우바 그룹은 마닐라에서 북서부로 약 65㎞ 떨어진 클라크 미군부지를 대규모 경제특구 및 자유항구로 재개발하는 '뉴 클라크 시티'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1991년 미군이 철수한 공군기지를 중국 자본이 재개발하는 셈이다.

이 밖에 중국 국유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이 필리핀의 우덴나 코퍼레이션과 구성한 컨소시엄은 최근 필리핀 제3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차이나텔레콤은 필리핀 통신 인프라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텔레콤 컨소시엄은 앞서 5년간 필리핀 통신 인프라 발전을 위해 2500억 페소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중국 증권시보는 보도했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낙후한 인프라 시설이 오늘날 필리핀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며 "중국과 필리핀 간 인프라 협력이 필리핀 빈곤 퇴치, 민생 개선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그는 "중국이 필리핀 철도 건설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는 필리핀인들의 교통 편의를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필리핀 국내 화물 운송속도를 높여 물류비를 낮춰줌으로써 필리핀 경제 발전에 이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필리핀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은 필리핀의 경제 성장 자신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벤저민 도이크노 필리핀 예산장관이 세계 경기 둔화 속에서도 내년 필리핀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7~8%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이유다.  그는 "향후 10년간 '빌드 빌드 빌드' 인프라 개발계획으로 필리핀 경제가 7%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제시한 올해 필리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5%다. 이는 2016년 6.9%, 2017년 6.6%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베그니노 아키노 3세 전 필리핀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5년 5.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필리핀 경제가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며 강력한 투자와 견실한 내수 기초 아래서 필리핀 경제성장률이 향후 수년간 동남아의 다른 이웃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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