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노골적으로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문제삼았지만, 역사는 트럼프의 편이 아니라고 마켓워치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장률과 실업률을 비롯한 거시경제지표가 강력할 때 연준이 금리를 낮춘 사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22일) 휴가를 맞아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증시 급락과 전반적인 경제 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연준을 도마에 올렸다. 최근 증시가 요동치고, 성장둔화 우려가 불거진 게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얘기다.
연준은 올 들어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세 차례 인상했다. 다음달 18~19일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 더 인상할 태세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는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이 자산 가격에 해를 줘 궁극적으로 경제 기반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관론자들은 뉴욕증시에서 기술주에 집중됐던 투매 압력이 이날 타깃과 콜스를 비롯한 소매업종으로 번진 게 불길한 징조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의 수익률(금리) 차이(스프레드) 확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신규 주택 건설 승인 둔화 등 다른 일부 지표들도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최근 "나라면 (금리인상을) 잠시 멈추고, 시장이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장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 신호들이 심상치않다며, 연준이 이를 이유로 다음달에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는 뻔한 일이고, 미국이 2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연준이 최근 시장 움직임에 흔들릴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연준 내부에서 다음달에 금리인상을 강행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연준 인사들이 내년에 금리를 몇 차례 인상할지를 놓고 이견을 다투는 듯 하지만, 적어도 다음달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금리가 여전히 매우 낮다"며 "우리는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주 댈러스 연설에서 최근 시장에서 나타난 투매가 성장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도, 연준의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다음주 뉴욕에서 예정된 연설과 다음달 5일 의회 청문회에서 연준의 정책 향방을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과거 추세로 보면 연준이 시장 변동성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당장 굴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처럼 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낮춘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경제 성장률 지표가 강할 때 일시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적은 있지만, 고용지표가 동시에 호조일 때는 그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13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3%에 이를 전망이다. 실업률은 3.7%로 이미 4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