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파푸아뉴기니에서의 APEC…낯선 무대, 의미 있는 성과

2018-11-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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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외교부 2차관

이태호 외교부 2차관



원시림과 활화산으로 대표되는 대자연, 인구의 80% 이상이 깊은 산속에서 살고 있는 나라 파푸아뉴기니.

1만명에 달하는 정부, 기업 대표와 경호 의전팀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지상 최대 국제회의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8일 이곳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됐다.

언뜻 생각하면 국경을 넘는 경제협력을 논하는 APEC 정상회담이 이 나라에서 개최됐다는 것에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제가 성장의 과실을 함께 향유하자는 ‘포용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APEC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미주의 광범위한 지역에 위치한 21개 국가를 포괄하는 지역협력체다.

APEC 출범 시에는 무역투자 자유화와 통합이 지상과제였다. APEC 출범 후 최초로 파푸아뉴기니가 올해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 자체가, 포용성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APEC의 변화를 상징한다.

'디지털과 포용성'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는 선사시대와 무선전화가 생활화된 현대가 공존하는 나라, 파푸아뉴기니가 내놓은 APEC 정상회의 주제다. 현대사회의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하는 이런 최신 현안을 제시한 파푸아뉴기니의 혜안이 놀랍지 않은가?

오늘날의 디지털경제는 무한경쟁을 그 속성으로 한다. 그래서 디지털 디바이드란 표현이 있을 만큼 불평등 심화도 국가적, 국제적 과제가 되고 있다. 포용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마침 우리 정부가 포용국가 전략을 실천에 옮기는 중이어서, 우리에게 안성맞춤인 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포용국가 경제철학과 우리 기업의 디지털 성과를 설명하고, 아태지역에서 우리의 기여의지를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포용성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으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통합적 추진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이런 국가전략을 ‘디지털 미래 대비’와 연계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아태지역의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에게 디지털경제로의 효과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마중물로 'APEC 디지털혁신 펀드' 설립을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APEC에서 디지털경제를 직접 다루는 최초의 펀드를 제안한 것이다.

역내 많은 IT전문가들이 이 펀드를 통해 아태지역의 디지털 전략 수립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포용형 디지털경제 협력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APEC 핵심가치의 전환기를 기회로, 우리의 국내 포용국가 논의를 국제 포용성 논의로 확장하는 단초가 됐다.

또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활발한 양자외교의 무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로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중국, 호주 및 의장국 파푸아뉴기니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방안 논의를 심화시켰다.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와는 △자원 △에너지 △인적교류 등 실질협력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수교 이래 우리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방문한 파푸아뉴기니와는 불법 어업행위 근절 등 해양수산 자원의 보전과 보호를 위해 양국이 공동 노력해 가기로 했고, 파푸아뉴기니 인근 수역에서 조업 중인 우리 원양어선의 안전한 조업을 위해 협력해가기로 했다.

파푸아뉴기니라는 낯선 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APEC 정상회의 외교. 우리의 포용국가 정책이 APEC 역내 국가에 모범사례로 정착돼 역내정책방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역내 주요국가와의 양자협력도 강화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가져온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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