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직후인 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잠정 연기됐다. 정확한 연기 배경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북·미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하지만 양측 모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회담이 아예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 중간선거 직후 계획 수정...표심 유인 카드였나
그러나 하루 만에 기존 계획을 뒤집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개최 성사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남겼으나 회담 연기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연기 방침과 미국 중간선거 결과 간 연계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발표가 중간선거 직후인 7일 0시께 이뤄진 데다 중간선거 출구조사 결과 상원은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 상·하원은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진정성에 불신을 보이면서 더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계기로 백악관 개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국정 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있어 대북 정책의 방향이 수정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필요성 인지..."외교적 노력 계속할 것"
일각에서는 예정대로 8일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해도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해 논의가 표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과 북한의 비핵화에는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상호 요구하는 방향이 다른 탓이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 최대 요구 사항에 대한 방침을 굳히고 있다"며 "미국 측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입장이고 북한도 좀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핵 실험 중단 등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해야 경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그간의 변화 조치를 강조하면서 경제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을 부활하겠다는 협박 카드도 내놨다.
다만 미뤄지더라도 북·미 고위급 회담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미국 외교계의 전망이다. 양측의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지, 개최를 열망하는 만큼 대화 통로를 반드시 남겨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 백악관 안팎에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해준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의 아오키 나오코 핵 안보 연구원은 "낮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의 군비 축소를 원하고 있다"며 "경제 발전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도 북·미 관계 개선이 필요한 만큼 양측 모두 외교적인 노력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