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장호 감독 "故신성일과 약속…'소확행' 완성할 것"

2018-11-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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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성일 씨의 빈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신)성일이 형은 떠났지만, 그와의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영화 ‘소확행’을 꼭 완성할 겁니다. 잘 만들어서 그의 영혼 앞에 바칠 거예요.”

지난 4일 영원한 청춘스타 배우 신성일이 폐암으로 별세한 가운데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되었다. 영화계 큰 별 신성일을 배웅하기 위해 영화계·정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5일 늦은 오후 이장호(73)감독은 고 신성일을 만나기 위해 일본에서 급거 귀국했다. 황망한 얼굴로 빈소를 찾은 그는 “아직 정신이 없다. 당혹스럽다”며 갑작스러운 신성일과의 이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도 ‘별들의 고향’ GV(Guest Visit)를 함께 했다. 담담히 투병을 인정했으나 워낙 활달했기 때문에 ‘병을 이겨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만났지만 볼 때마다 아주 긍정적으로 보여서 폐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떠나버리니…. 폐암이라는 게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감독과 고인의 인연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당시 46만 4308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만나 최근까지 인연을 맺어왔다. 각각 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서로의 회고전을 찾고 응원해주기도 했었다.

“지난 10월 열렸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제 회고전이 진행되었어요. 형님이 투병 중인데도 직접 부산을 방문, 제 회고전까지 와주셨더라고요. 간호사를 대동해 오실 정도로 열정적이셨죠. 돌아보니 그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려요. 형님이 어려운 걸음을 해서 병이 악화한 건 아닐까? 갑작스레 몸이 안 좋아진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故신성일[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70년대를 풍미한 스타 감독과 배우. 영화적 동지였던 두 사람은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잔인하게 복수하는 내용이 아닌, 따뜻한 애정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유명한 사진작가와 그의 두 사위, 외손녀 등의 이야기가 담긴 가족영화 ‘소확행’를 제작 중이었다.

영화 ‘소확행’은 신철승 미디어파크 PD가 프로듀서를 맡고 이장호 감독이 총감독으로 지휘한 작품. 고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연기 등에 직접 나설 계획이었으며 미디어파크의 대주주인 아주경제도 투자·제작을 함께 했다.

“형님과 영화 ‘소확행’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워낙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해 세세한 준비 사항까지 직접 챙겼었죠. 형은 떠났지만 남은 약속과 믿음이 있잖아요. 배역은 바뀌겠지만 ‘소확행’을 끝까지 완성하려고 해요. 잘 만들어서 형의 영혼 앞에 바치겠습니다.”
이 감독에게 신성일은 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은 아이콘이자 청춘의 대명사였던 그를 떠올리며 이 감독은 “신성일로 태어나, 신성일로 떠났다”고 말했다.

“제게 (신성일) 형님은 ‘신성일’ 그 자체죠. 대학 시절, 한국영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신성일·엄앵란이 출연한다고 하면 무조건 광화문 아카데미 극장을 찾아가 보곤 했어요. 함께 청춘을 보냈고 형님도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이만희 감독의 ‘만추’,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 그리고 ‘별들의 고향’을 꼽더라고요. 형님과 제가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형님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충격이 컸죠.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요. 신성일로 세상에 나와 신성일이라는 이름으로 떠났죠.”

영화 '별들의 고향' 스틸컷 중, 故신성일의 모습[사진=영화 '별들의 고향' 스틸컷]


신상옥 감독의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아낌없이 주련다’, ‘맨날의 청춘’, ‘별들의 고향’, ‘겨울 여자’ 등 숱한 히트작에 출연한 배우 신성일. 한국영화 524편에 출연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한 한국영화계 거목을 떠나보내며 이 감독은 “신성일은 떠났지만, 그의 영화가 남아있고 그 속에 살아있으니 우리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형은 세상에 안 계시지만, 형이 출연한 많은 영화가 살아있지 않겠습니까. 그걸 우리가 사랑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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