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1998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08년 도입된 4호기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인프라로 활용, 혁신을 촉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새로 도입한 5호기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도 적용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7일 대전 KISTI 본원에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개통식을 열었다. 2009년 4호기 도입 이후 9년, 1호기 도입 이후 30년 만이다. 슈퍼컴퓨터는 일반 PC 대비 연산 속도가 수 백에서 수 천배 이상 빠르고, 방대한 데이터를 장시간 처리할 수 있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성능에 따라 세계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부른다. 상대적인 개념인 셈이다. 지난 2016년 3월 세계 바둑계의 최강자 이세돌과 대결한 AI 알파고도 세계 500대 안에 드는 컴퓨팅 성능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슈퍼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건 1988년 12월 노태우 정부 시절이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시스템공학연구소(SERI)는 미국의 슈퍼컴퓨터 제조사 크레이(Cray)의 Cray-2S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주로 중앙기상대(현 기상청)의 일기예보와 3차원 한반도 지도 제작, 국산 자동차·항공기 부품 설계 등 국가 전략 사업에 주로 활용됐다.
1호기는 1993년 2호기인 Cray Y-MP C90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KISTI가 출범한 2001년은 미국 IBM과 일본 NEC로부터 3호기 시스템을 도입, 구축했다.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쳐 도입된 4호기는 IBM과 SUN사의 시스템을 설치했다. 4호기는 2009년 컴퓨팅 파워 세계 16위에 등재되기도 했다.
4호기는 그동안 연간 100여개 기관(기업 40여곳 포함), 1000명의 연구자가 활용했다. 지원한 과제만 1350개이며, 이 중 SCI급 논문 1040편이 출판됐다.
이날 누리온 개통식에 참여한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인간의 지식이나 노동력 대신 데이터가 부를 창출하는 데이터경제 시대 진입에 따라 슈퍼컴퓨터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5호기의 활용분야를 넓히고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사회현안 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