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사람 생명 구하는데 헬기소음이 대수?

2018-1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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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살리기 위해 출동하는 닥터헬기, 소음 민원으로 고충

1분 1초가 급한 위독한 환자 위해 국민 의식 바뀌어야

[사진=생활경제부 황재희 기자]

최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가 참고인으로 등장했다. 이 교수는 늘 그렇듯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힘 있는 주장을 호소에 가깝게 내뱉었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자살 등 심한 외상 환자를 1시간 이내인 ‘골든아워’에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환자의 사망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형, 교통 등 여러 요건을 고려했을 때 헬기로 환자를 빠르게 이송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헬기 이용이 쉽지 않다.

헬기 이‧착륙을 위한 인계점이 부족하거나 야간‧악천후 시 이용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뜻밖의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헬기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변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 인터뷰차 만났을 당시 이 교수는 관공서 잔디밭에 잔디가 상한다는 이유로 헬기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를 내리자, 헬기 때문에 짐이 날아갔다며 거칠게 항의하는 트럭운전사의 모습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실제로 이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은 헬기 소음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민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이와 관련해 수원시로부터 공문을 받기도 했다. 비단 이는 아주대병원뿐 아니라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하는 병원에서는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닥터헬기 이·착륙 불가 사유로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시행(7.5%) 등이 포함됐다.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과 비교하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헬기를 이용하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많은 희생이 따른다. 헬기구조로 사고가 나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사명감 하나로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에 올라탄다.

이 같은 의료진의 사투에 비해 우리사회의 배려 인식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이 교수가 구조하는 환자가 나일 수 있고, 나의 가족 혹은 친구와 동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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