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은의 손에 잡히는 부동산] 기준 없는 매입임대주택, 목표물량도 주먹구구

2018-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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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지은 기자]

 
서울시 “다가구나 원룸 공급은 실질적으로 SH공사에서 담당하고 시에선 예산을 지원합니다."

SH공사 “물량 결정에 특별한 매뉴얼이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물량이 눈앞에서 실현되고 우리와 거래하겠다며 찾아오는 업체들이 적어도 하루 한 건은 넘으니까 이정도는 공급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무엇보다 우리가 물량목표를 정해도 최종 결정은 국토부가 합니다.”

국토부 “서울시와 SH공사가 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5000가구라고 해서 우리는 승인한 것뿐입니다.”

지난달 서울시가 매입임대주택 규모를 내년부터 연간 2500가구에서 5000가구로 확대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세 유관부서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기자가 알고자 한 건 '무엇을 기준 삼아 매입임대주택을 두 배나 늘린다는 것인지'로 간단했지만, 답을 얻기까진 너무도 많은 유관부서를 거쳐야 했다. 결론도 허무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서울시 발표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상반기 경험과 현재 눈에 보이는 상황'이 판단의 준거가 됐다고 말했지만 기자가 알고자 한 건 '뇌피셜'이 아닌 '실체적 근거'였다. '주택 수요가 두 배 늘어 공급 물량도 두 배 늘려야 한다'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 공급 물량 상향의 근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근거의 부존재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유관부서 관계자 중 누구도 본인의 부처가 목표 물량 산정의 주체라고 확실히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SH로, SH는 국토부로, 국토부는 다시 서울시와 SH로 공을 넘겼다.

매입임대주택은 다가구·다세대, 원룸 등 기존 주택을 서울시가 사들여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그야말로 친서민 정책으로써 각광받을 만하지만 뒤따르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공급된 주택의 경우 입지조건이 떨어져 주거 선호도가 낮다는 점이 일례다. 실제로 1년에 한 번씩 선정되는 입주대기자 가운데 60~70%는 입주를 포기하고 다음에 나올 물량을 기다린다. 중요한 건 공급물량이 아니라 입지라는 얘기다.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는 빈집은 많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매입임대주택을 두 배가량 늘리겠다는 말을 명확한 기준 없이 너무 쉽게 뱉은 것은 아닐까.

서울시는 주택 물량을 두 배 늘리기 위해 국토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시비와 SH공사의 자체 예산을 다해도 벌충하기 어려운 부분을 국토부가 메워달라는 얘기다. 국토부도 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또다른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예산이 부족해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예산 증액의 1차 목표가 '물량 증대'여도 괜찮은 걸까. 미결된 부분에 대한 수혈이 먼저여야 하는 건 아닐까.

재미있는 것은 서울시 국감기간 매입임대주택 예산이 남아돌다 못해 불용처리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와 SH공사로부터 받았다는 자료에 의하면 매입임대주택은 인기지역인 '강남 3구'에 제일 많이 공급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김 의원에 전달된 자료엔 다가구와 공공원룸 물량뿐 아니라 재건축 소형주택,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청년매입임대사업 물량 등이 혼합돼 매입임대주택이 강남 3구에 가장 많이 공급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예산 부분에 대해선 끝끝내 해명하지 못했다.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자치구에 전달하는 국토부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부 관계자의 마지막 항변이 아직도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김상훈 의원님이 잘못된 자료를 받은 것 같은데요.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부족했으면 부족했지 단 한 번도 남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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