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웨팅(賈躍亭) 러에코(樂視生態, LeEco) 창업자와 쉬자인(許家印) 중국 대표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 회장이 중국 전기차업체인 패러데이퓨처(FF)의 통제권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헝다그룹이 FF를 인수한 지 백일도 채 안 돼서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FF는 자웨팅이 ‘중국의 테슬라’를 꿈꾸며 지난 2014년 만든 신에너지차 업체다. 하지만 지난 6월 헝다그룹 산하 헝다건강(이하 헝다)이 FF의 주주기업에 8억6000만 달러(약 9797억원)를 투자하며 FF의 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FF는 '헝다 FF'로 새롭게 태어났다.
◆ 헝다, FF에 거액 투자했지만 돌아오는 건 ‘배신’
지난 6월 체결한 헝다 FF의 협약문에 따르면 헝다는 3년 안에 스마트킹의 지분 45%에 달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2018년 말까지 8억 달러, 2019년 6억 달러, 2020년에 6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스마트킹은 FF의 주요 주주인 홍콩 스잉(時潁)공사와 자웨팅 등이 세운 합자회사이다.
매체는 올해치를 이미 냈는데도 자웨팅이 헝다에게 내년치를 먼저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사실을 폭로했다. 헝다가 거부하자 이를 빌미로 스마트킹의 이사회 임원을 자사에 우호적인 인물로 새롭게 채우는 등 불리한 조건을 계속 내세웠다.
헝다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자웨팅은 지난 10월 FF의 대주주인 헝다가 협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헝다의 융자 동의권과 협약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중재신청서를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제출했다.
◆ 자웨팅, 중재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 커
지난 25일 홍콩국제중재센터는 헝다의 융자동의권 박탈건은 기각하나 헝다는 협약에 따라 FF에 자금 융자 지원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또 헝다 외의 다른 투자자로부터도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게 됐다.
29일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자웨팅이 애초 모든 것을 헝다 탓으로 돌리려는 ‘허망된 꿈’과는 멀어졌지만 FF는 5억 달러 미만 규모의 융자 혜택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헝다와 자웨팅의 이번 중재건을 보면 자신들이 서로를 이겼다고 우기고 있지만 사실상 '진정한 승리자'가 없다는 게 전문가 상당수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현재 헝다와 자웨팅 간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만큼 헝다와 자웨팅 간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웨팅이 헝다의 융자 동의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FF 직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최근 헝다 FF와 FF 직원들 간 급여 미지급 문제를 놓고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된 적이 있다. 이 문제가 자웨팅의 '무리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FF 내부적으로 행정의 난맥상까지 겹치며 심각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헝다 FF 직원들이 집단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FF 관계자는 “자웨팅이 얄팍한 수를 쓰려다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결국 자웨팅의 잘못으로 인해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애꿎은 FF 직원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자웨팅은 과거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모두 지워버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판 넷플릭스 신화의 주인공'에서 '추락한 기업인'이 된 자웨팅은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파산 직전이었지만 부동산업체 룽촹중국(融創中國·수낙차이나)과 쉬자인 회장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우선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FF사업 확장 등 무리수를 두려다 보니 악수를 둬서 계속 수렁에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