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몽(민주주의 실현)’을 ‘중국몽(中國夢·중국의 초강대국화)’에 어떻게 끌어들여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이 중국의 최대 과제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가 10월 26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현대중국학회가 주최한 ‘중국몽의 정치학: 체제 정당성 강화요인, 혹은 정치변화 추동요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정남 교수는 “지난 2013년~2017년 사이에 중국에서 발표된 ‘중국몽’에 대한 각종 연구 문헌을 살펴보면 중국 학계에서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및 개혁개방 실현, 담론 주도권의 확보 등 다양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중국몽 실현에 주요 조건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중국몽 실현 청사진 속에는 ‘민주몽’이 부재하거나 소외됐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근대 이래 민주와 인권에 대한 가치가 보편적으로 바뀌면서 중국이 ‘강국몽(강국의 꿈)’과 ‘민주몽’을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공생적인 관계로 전환시키지 않고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시진핑 주석도 지난 2014년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건설 60주년 기념 연설과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에서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민주주의와 선진문화 수립의 중요성을 각각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이 교수는 이는 ‘중국식 민주주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 주석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당 영도 하의 현대적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시기보다 퇴행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민주화가 없는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의 제도화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 중국 전문가가 제시한 ‘중국식 민주주의’의 비(非) 민주주의적인 특징을 소개했다. 서구의 선거, 다당제 등의 개념이 빠진 협상과 법치 등의 주변적인 내용만 강조하고 있어서, 중국식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다는 게 중국 전문가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민주몽을 현 국제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시켜 구현해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진핑 집권과 함께 제시된 중국몽이 강조되면서 중국의 자유화도 함께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장환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몽이 제시된 전후 지식인의 ‘중국몽’ 담론 지형 특징을 나열하며 “중국몽이 제기되기 전의 중국 지식인 담론의 지형은 신좌파, 보수주의 등이 주도하는 국가와 민족주의적 경향이 우세한 특징을 보인 반면 중국몽이 제기된 후에는 담론이 국가주의적이고 반(反)자유화(보수화)되어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인권운동가였던 고 류샤오보(劉曉波) 사건을 예시로 들며 중국의 부상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전반적인 중국 지식인 담론 지형의 보수화와 전통주의화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중국 지식인 담론계에서 보수주의와 전통주의화 흐름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중국몽이라는 담론은 중국 지식인의 담론 지형의 변화를 촉진한 독립 변수로 볼 수 있지만 주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이문기 세종대 교수, 황태연 성균관대 교수, 이유정 고려대 교수가 ‘공산당 통치체제 강화와 정치 통합’, 유은하 한신대 교수, 강수정 고려대 교수가 ‘체제 정당성 강화와 거버넌스 메커니즘’에 대한 견해를 밝혔고, 중국 정치에 정통한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