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외교' 이어 '별장 외교'...우방국 맞춤형 접대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의 콘셉트를 상대국 정상에게 맞추는, 이른바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하게 접대한다는 뜻)' 외교로 주목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골프를 함께 하면서 '골프 외교'의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1주년을 맞았을 때는 서프라이즈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별장 외교'로 시작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합의안을 포함, 구체적인 양국 간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RCEP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역내 무역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밖에 △ 인도 철도 건설 등 인프라 정비 △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 분야 동반자협정 △ 사이버 방위 협력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모디 총리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이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경제 발전 가속화'에 있는 만큼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특히 인도 서부 뭄바이에와 아흐메다바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고속철도에 일본의 신칸센 기술을 도입한다는 데 잠정 합의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發 보호무역주의 견제하나...안보 분야 협력 강화
아베 총리는 중국 방문 당시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붕쟁 이후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일본 정상회담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안전보장 분야에서의 협력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도가 최근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항만과 도로 등 인프라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해군 함선을 확장하려는 전략도 해양 진출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일본과 인도는 그동안에도 밀접한 안보 관계를 정립해왔다. 미국을 포함, 미·일·인도 3개국이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1월에는 육상 자위대와의 첫 합동 훈련도 준비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아베 총리로서는 인도 측에 대북 정책에서의 협력을 촉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인도 측의 요청을 얼마나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방중 기간 동안 '제3국 공동 개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있어 일본의 참여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중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를 요구하는 중국과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인도 사이에서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