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1월 1일.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던 종교단체 다미선교회가 해체됐다. 이들은 주요 일간지 광고면을 통해 "국민 여러분과 교계에 물의를 일으키게 됐음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성과 성찰의 행동으로서 다미선교회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장림 목사는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는 저서를 통해 "예수가 1992년 10월 28일 재림할 것"이라고 예언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교회도 설립했다. 다미선교회라는 교회 이름은 저서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종말의 날이 오면 예수의 재림을 믿는 이들만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이 목사는 역설했다.
10월 28일 당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다미선교회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은 물론 취재진과 구경꾼들까지 몰려왔다. 반면 교회 안은 기묘한 흥분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건물 입구를 국화로 장식하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신도들을 위해 야외에 대형 TV 또한 설치했다. 1500여명의 신도는 자정이 되기 전까지 열광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종말을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이장림 목사가 1993년에 만기되는 환매조건부채권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해프닝의 절정이었다. 본인이 주장한 종말론을 본인부터가 믿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사기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 목사를 구속했다. 법원은 이 목사에게 징역 1년과 2만6000달러(약 2900만원)의 몰수형을 선고했다.
당시 종말론을 설파했던 교회는 비단 이곳뿐만은 아니었다. 세기말의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가르침을 내세우는 종교단체가 창궐했다. 본격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던 1990년대의 한국 사회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현실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겐 세상의 종말은 차라리 한 가닥 위안이었던 것이다. 신도 중 일부는 2018년 현재도 오지 않을 종말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