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30년, 전태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봄여름가을겨울(기타 김종진, 드럼 전태관)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암투병 중인 전태관의 빈자리를 채우며 30년의 소회를 이야기한 김종진이 밝히는 진정한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올댓재즈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참여해 지난 30년간의 소회와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30주년 기념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과 관련해 김종진은 “올해 30주년이다. 30주년을 맞이해서 동료와 아티스트들이 트리뷰트한 앨범을 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 앨범명이고 뮤지션과 보컬리스트의 콜라보 앨범이다. 그렇다고 규정짓긴 힘들다. 연주곡도 있다”고 설명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전태관의 우정 30년에 바치는 헌정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에는 밴드 혁오 오혁x이인우를 비롯해 윤도현x정재일, 10cmx험버트, 황정민x함춘호, 윤종신x최원혁-강호정, 장기하x얼굴들 전일준, 데이식스x차일훈, 어반자카파x에코브릿지, 이루마x대니정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오늘(19일) 첫 번째 싱글을 발표한다. 캠페인송인 ‘땡큐송’과 오혁x이인우의 콜라보레이션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이 발표된다. 이후 12월초까지 순차적으로 온라인과 앨범을 통해 발매될 예정.
‘땡큐송’에는 봄여름가을겨울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이날 오후 공개된다. 이 노래의 편곡은 밴드 톡식의 김정우가 참여했으며, 스윗소로우, 이시몬이 김종진과 함께 노래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은 1989년 정규 2집 앨범 수록곡이다. 김종진은 이 곡에 대해 “처음에 오혁이 이 곡을 골랐다고 했을 때 놀랐다. 정말 알려지지 않은 곡이다”라며 “1980년대 후반에 미국 동부에서 유행한 알앤비 힙합 스타일을 편곡했다. 뉴잭스윙은 우리나라의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이 연주하고 노래했던 스타일을 기억하면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데뷔했던 80년대에 인기있었던 음악을 지금 세대에도 공유하고 싶었던 의미에서 편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미국 출신 보컬리스트 제이 마리를 피처링으로 참여시킨 이유에 대해 “전 레코딩과 믹스를 미국에서 한 앨범이다. ‘10년 전 이야기를 꺼내요’라는 앨범에 미국 여성 코러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서 코러스를 넣은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듣고 이 앨범에 미국 여성이 한국말로 부르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한국 음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미국 사람이 순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해서 전혀 어색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앨범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종진은 “이 프로젝트의 모든 수익금은 건강을 잃은 친구와 동료를 후원하는 것에 쓰이는 게 목적이다. 첫 번째로 드러머 전태관을 후원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앨범이 아닌 프로젝트라 말씀드리는 이유는 첫 발을 떼지만 잘 돼서 전태관 씨를 후원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지속적인 후원으로 좋겠단 바람으로 프로젝트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은 지난 30년간 고난과 역경을 모르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전태관 씨가 건강을 잃으면서 음악 생에 처음으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됐다”며 “음악과 동료,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통해 후원을 하겠다고 이야기 했을 때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 바뀌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참여해주신 뮤지션과 아티스트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김종진은 “감사함뿐이다. 저는 1962년생 뮤지션이다. 정말 안타까운건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 1962년생은 전부 뮤지션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남은 뮤지션은 저 하나 뿐이다. 그래서 감사할 따름이다”라면서 “한국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만큼 힘들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태관 씨와 함께 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전태관 씨와 저는 친구이면서도 동시에 직장 동료다. 그래서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친구로 만나서 사업을 하고 회사의 주주가 되고 사업을 그만두고 이제는 다시 친구로 돌아갔다. 지난 30년간 그 친구와 일을 했던 걸 돌이켜보면 대부분 음악이다. 일이 노는거였고, 노는것에서 제대로 된 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30년 음악을 더 할 수 있다면 지난 30년동안 내가 너무 치열하게 좋은 음악을 하려고 주변 음악가들을 힘들게 안 시키고 편하게 놀면서 힘들지 않게 하면서 살겠노라고 다짐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 활동에 대해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계획했지만, 30회 소극장 장기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12월쯤 정확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마음에 드는 소극장을 30일간 대관하려고 했는데 그런 곳이 없더라. 저희가 속도가 많이 느려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알려 드릴테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 이번 앨범에 참여하신 뮤지션들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참여하지 못한 동료 뮤지션들도 매일 매일 참여해주겠다고 이야기 했다. 대공연장에서 공연으로 만나기보단 지난 30년간의 소회를 이야기하면서 관객들과 살가운 공연을 가져 보는 게 우리의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3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전태관과의 활동을 추억했다. 특히 함께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을 늘어놓기도 했다.
더불어 아직 지키지 못한 ‘투두 리스트’에 대해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은 정말 감사하게도 음악 시작을 했을 때 적었던 걸 못 이룬 건 딱 하나 뿐이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어떻게 보면 너무 운이 좋았다”며 “하나 이루지 못한 건 ‘백발이 성성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기’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죽자’라는 거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마음을 추스린 뒤 그는 “전에는 무대 위에 올라와야만 음악을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딛는 모든 땅이 내 무대가 됐다.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19일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과 ‘땡큐송’을 시작으로 온라인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12월 중 피지컬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의 수익은 암투병 중인 전태관에게 전액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