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쇼크가 아시아 주식시장을 모조리 '검은 목요일'로 몰아넣었다. 코스피·코스닥은 나란히 연저점을 갈아치웠고, 원화가치도 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1일 코스피는 4.44%(98.94포인트) 하락한 2129.67을 기록했다. 지수가 2130선을 밑돈 것은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도 5.37%(40.12포인트) 내린 707.38로 거래를 끝냈다. 710선을 내준 것은 약 11개월 만이다.
이런 여파로 다른 아시아 주식시장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3.8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50%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6.31%, 3.77%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날만 코스피 주식을 4891억원어치 팔았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순매도한 주식은 약 2조600억원어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4원 오른 1145.4원을 기록했다.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투자심리가 단기에 살아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7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빠짐없이 추락했다. 삼성전자(-4.86%)와 SK하이닉스(-1.85%), 셀트리온(-5.24%), 삼성바이오로직스(-4.30%), 현대차(-3.33%), 포스코(-5.51%), 삼성물산(-6.50%), KB금융(-4.69%), SK텔레콤(-5.26%)은 최대 7%에 육박하는 낙폭을 보였다. 시총 10위권 종목 가운데 액면분할로 거래중지 상태인 네이버만 충격을 피했다.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낙폭은 의료정밀(-6.11%)과 종이·목재(-5.94%), 증권(-5.60%), 건설(-5.44%), 철강·금속(-5.14%), 운수창고(-5.14%) 순으로 컸다.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전날 각각 3.15%, 3.29%, 4.08% 하락했다. 월가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는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대형 기술주에 대해 비관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주가는 각각 6.2%, 8.4% 하락했고, 페이스북과 애플도 나란히 4%가량 떨어졌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갈등 고조와 신흥시장 불안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 조정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이라며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어도 홀로 버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히사오 노무라증권 주식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2월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고, 이는 다시 국채와 주식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주식시장 급락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