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맹비난했다. 그가 연준의 금리인상을 탓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엔 "연준이 미쳤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뉴욕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나온 발언인데,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비판이나 투매 압력이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막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며 "그들은 너무 빡빡하다. 연준이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다.
이날 발언은 뉴욕증시가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한 가운데 나왔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3.15%, 3.29% 떨어지고 나스닥지수는 4%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서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트럼프의 발언이 일종의 '물타기'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증시 랠리가 자신의 친성장 정책 성과라고 자랑해왔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그에게 이날 투매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시장을 흔든 게 결국 트럼프 자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날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3.9%에서 3.7%로 낮춰 잡은 게 투매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인데, IMF는 성장률을 낮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트럼프발 무역갈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실제로, (이날 증시 하락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조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정말 연준이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이 증시에 부담을 준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렇다고 시장의 일시적인 변동성이나 트럼프의 비판이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클로징벨' 프로그램을 통해 증시 급락이 연준의 금리 정상화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펀더멘털(기초여건) 기반에 서야 한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을 이끌었지만,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 통화긴축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는 펀더멘털이 시장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엘에리언은 이같은 전환이 쉽지 않고 전환 과정에서 변동성도 커지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건전성에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모두 3%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낙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맞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연준은 탄탄한 경기회복세를 근거로 연내에 한 차례, 내년에는 세 차례 더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