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은, 광고가 원하는 것, 혹은 광고주인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광고가 단순히 상품을 팔거나 기업을 알리는 기능을 넘어서서, 영상예술과 마케팅 심리학과 카피의 힘을 바탕으로 집약적인 미학으로 시대 정신을 담아내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많은 광고모델들이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적 존재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을 때, 최진실은 '나는 광고 배우이며, 광고는 나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그녀는 광고 무대에서 강력한 자아를 발견했습니다.
센시티브 광고 감독이었던 박경삼은, 그녀를 삼성전자 전속 모델로 추천합니다. "최진실을 보는 순간, 나는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건 연출가의 직감이었다." 박경삼은 그때를 이렇게 설명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 VCR광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예요'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죠. 목소리는, 올 3월에 작고한 성우 권희덕이 맡았습니다. 권희덕은 이후 내내 '최진실 목소리'란 별명이 붙었지요.
이후 최진실은 삼성전자와 1년 전속모델 계약을 맺었고 2천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해 재계약 땐 4천만원으로 인상됐죠. 그녀는 VCR뿐 아니라, 냉장고, 카메라,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포터블미디어플레이어 등 삼성의 모든 가전제품의 CF를 도맡게 됩니다. 삼성의 비상이 시작되던 때였긴 하지만, 최진실이 광고모델로 활동한 이후 삼성전자는 럭키금성(LG)을 제치고 가전 1등이 됩니다. <삼성 가전톱도 진실이 하기 나름이예요>라고 할 만했습니다. <계속>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