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승무원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이 비행기 승무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이번 인터뷰는 비행기가 아닌 홍자연 크루즈 승무원의 인터뷰 입니다. 비행기는 길어야 13시간 머무른다고 하면 크루즈의 경우는 보름에서 몇 개월 이상을 지낸다고 하는데요. 홍자연 크루즈 승무원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세요!
Q. 비행기 승무원도 있는데 꼭 크루즈 승무원이여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사실 비행기 승무원 준비를 했었는데 솔직히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크루즈 승무원을 알게 돼서 지원을 한 케이스예요.
A.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한다는 개념은 둘 다 같고, 둘 다 운송수단에서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안전을 담당한다는 것은 같아요. 그러나 비행기는 ‘이동하는 시간 안의 서비스’이고 크루즈 같은 경우는 그 안에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오락, 즐거움)이나 호텔과 같은 세부적인 부서가 있기 때문에, 호텔리어와 승무원을 합친 더 광범위한 개념이에요. 둘 다 달라요.
Q. 승무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승무원이 되고 나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
A. 크루즈 승무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없었어요. 사실 제가 비행기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나, 영어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솔직히 크루즈 승무원이 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크루즈 승무원이 되고나서 힘들었던 점은, 배 안에서는 영어만 쓰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영어로 배워야 되고, 크루즈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크루즈에 대해 적응하는 것 자체가 조금 힘들었어요. 배 멀미 이런 걸로는 힘들지 않았어요. 배가 너무 크다보니까 움직이는 것도 많이 못 느낄 정도예요.(웃음)
Q. 크루즈 승무원을 하다보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텐데 언어 즉,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일단 제가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교에서 스피킹(Speaking : 말하기)이나 리스닝(Listening : 듣기)쪽보다는 아무래도 라이팅(Writing : 쓰기)이랑 리딩(Reading : 읽기) 쪽을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막상 외국인 만났을 때 한마디 하는 게 어려웠었죠.
대학교 가서 캐나다 친구랑 사귀면서 영어를 많이 했어요. 사실상 스피킹은 그때부터 한 거랑 마찬가지였는데, 그러면서 이 친구의 미국 캐나다 억양에 익숙해졌죠. 그때가 “나 영어 좀 해”였을 때였는데, 크루즈를 가고 나니까 필리핀 사람, 이탈리아 사람, 미국사람, 중국사람 억양 다 다르기 때문에 알아듣는 거 자체도 되게 힘들었어요. 내가 알았던 문법이라든지 내가 외웠던 단어들 그리고 아카데믹(Academic : 학원교육적인)한 단어들을 쓸 기회가 없다 보니까, 정말 실용적인 생활 영어를 많이 쓰게 되기도 했죠.
Q.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랑 실제로 현장에서 쓰이는 영어랑 많이 다른가요?
A.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적인 그런 부분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이게 언어로 터져 나오기도 쉬워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을 위한 영어가 많기 때문에 정말 외국인도 모르는 학구적인 단어가 많아요. 그런 것들은 사실 많이 쓰지 않죠.
특히 제가 근무하는 곳이 호텔이기 때문에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쪽 용어를 많이 쓰고, 제가 새로 배우는 언어도 많아요. 솔직히 고등학교에서 실용적인 영어를 책으로 다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영화, 미드)로 영어공부를 하면 훨씬 쉬워요.
Q. 크루즈 승무원을 하면서 항해했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A. 어떤 거를 선호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에메랄드 빛 바다에 누워서 그림 같은 그런 휴가를 원하면 카리브해를 추천 드리고 싶어요. 거기서는 내가 물에서 하는 활동, 스노클링과 같은 게 정말 많아요.
만약에 유럽의 역사적인 곳을 많이 가보고 싶으면 그런 곳을 가는 크루즈가 따로 있어요. 크루즈가 처음이라면 유럽 쪽 크루즈를 추천해요 정말 멋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물에서 노는 걸 안 좋아하기 때문에 카리브 쪽 보다는 유럽 쪽 지중해 크루즈가 참 좋았어요.
Q. 크루즈 승무원을 하면서 수많은 다양한 승객들을 만났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객이 있다면 어떤 승객인가요?
A. 최근에 제가 이번에 휴가 오기 전에 만났던 게스트는 한번 크루즈를 타면 기본 한 달은 있는 게스트예요. 크루즈는 보통 일주일 단위 크루즈 이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일주일만 하고 내리는 게 아니라 크루즈를 3주 연속으로 예약해서 3주 동안 있는 거예요.
그 분들은 여행만 하려고 크루즈를 타는 게 아니라, 크루즈라는 것이 그 분들의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의 일종이에요.
그분들이 주로 80대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신데 털실을 가지고 와서 크루즈에 타세요.
‘트라우마 토이’라고 해서 호주에서 화재현장이나 재난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에게 정서안정을 주기 위한 인형을 라운지에서 아침 내내 손뜨개질로 직접 만드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 너무 좋은 거 같아서, 어차피 이분들도 나눠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들한테 5달러 씩 기부를 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200달러를 모은 뒤 드렸어요. 암 병동에 기부하실 수 있도록.
그리고 저희 팀 전체가 그 고양이 인형 한 마리씩을 받았거든요.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분들은 그냥 크루즈 여행만 하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이 있으시고, 취미활동인 동시에 유의미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고 어디를 가시든 계속 그걸 만드시는 거예요.
Q. 비행기 같은 경우는 복잡한 탑승수속 절차와 함께 보안검사를 거쳐야 되는데 크루즈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A. 아주 엄격하게 해요. 바다에 배가 있고 배에 들어가기 전에 터미널을 거쳐야 해요. 그게 공항의 개념이랑 똑같아요. 그리고 입출국심사도 똑같이 해요. 출국 도장을 찍는 절차를 거치기도 하고, 짐 스캔도 다 하죠. 이 안에서 테러가 날 수가 있기 때문에 짐 안에 뭐가 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반입금지 물품도 정해져 있는데 비행기랑 똑같지는 않아요.
당연히 총기, 마약 이런 건 안 되는 건 똑같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화재의 위험이 있는 것은 모두 금지되어있어요. 특히 촛불 같은 경우에는 신혼부부들이 분위기 내려고 간혹 가지고 올 때가 있는데 다 뺏겨요. 개인 다리미도 화재의 위험 때문에 다 압수예요. 그리고 나중에 내릴 때 찾아갈 수 있어요. 술은 와인 두 병까지는 되는데, 소주 같은 것들은 못 갖고 타요. 굉장히 엄격해요.
Q. 반입금지물품을 몰래 숨겨서 들어온 적은 없나요?
A, 그런 건 만약에 저희가 알게 될 경우에 무조건 압수예요. 특히 미국회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이 먼저다”해서 안전에 위배가 될 경우에는 무조건 안 되는 거죠.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스코틀랜드 지방의 전통복장은 스커트 같은 것을 입고, 양말 쪽에 칼을 꽂아요. 그래서 진짜 칼 같은 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반입이 안 되거든요. 어떤 분은 “정말 정말 이건 꼭 해야 된다! 문화다!” 하셔서, 그런 경우에는 그걸 입는 날만 와서 서명하고 가져갔다가 입고 나서 다시 가져오고 저희가 다시 관리를 하고 있어요.
Q. 크루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크루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크루즈 승무원은 크루즈 안에서 5~6개월 동안 생활을 하다 보니 집 같다는 생각을 해요. 또, 자고 일어나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예를 들어서 오늘은 영국에서 출발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다른 나라에 도착해있는 게 되게 매력적이죠. 항공 승무원 같은 경우에는 운송시간이 길어봤자 13시간이고, 그 후에는 모두 내리잖아요. 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한번 타면 기본 5일에서 일주일이기 때문에 손님들이랑 인터렉션(interaction :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이 안에 삶이 있는 거예요.
Q. 크루즈 승무원을 하면서 크루즈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그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A. 일단은 가족이랑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경조사에 참석하기가 힘들어요. 동생 생일, 졸업식, 엄마 아빠 생신, 친구 결혼식, 장례식 정말 참석하기가 힘들죠. 그래도 이 안에 5~6개월 동안 항상 같이 있는 사람들과 가족 같이 있기 때문에 끈끈한 우정을 느낄 수 있고,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우정들도 너무 좋아요. 이런 건 정말 배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저희는 가는 목적지가 여러 군데이기 때문에 5~6개월 동안 하루도 휴일이 없어요. 그래도 한곳에서 똑같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한국 직장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다이나믹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그리고 세계 여러 군데에서 오는 게스트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비스직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죠.
Q. 페이는 어떻게 되나요?
A. 페이 같은 경우는 포지션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서 레스토랑이나 하우스 키핑 같은 경우는 팁을 받기 때문에 기본수당은 낮을 수 있지만 팁에 따라 변동이 커요.
저희 같은 경우는 게스트 서비스라서 2천 달러 (200만원)에서부터 시작을 해요. 솔직히 많은 돈은 아니지만, 숙식을 다 해결해주기 때문에 정말 마음만 먹으면 그 돈을 다 모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엄청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숙식이 다 해결되고 여행도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정말 이 일이 좋고 가족이랑 떠나 있는 게 힘들지 않으면 젊을 때 해볼 수 있는 직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그 나라에 도착하는 기간을 얼마나 되나요?
A. 한나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플로리다에서 아침 8시에 출항을 하면 그 다음날 섬에 도착을 해요. 거기서 저희가 저녁 6시까지 승객들께 관광시간을 드리고, 한 8시쯤에 배가 떠나요.
Q. 지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
A. 있어요. 지각을 하면 안 되는데, 한 30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승객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이면 못 기다려요. 그러면 입출항을 관리하는 포트에이전트한테 늦은 승객의 여권과 짐을 맡기고 가게 되죠. 이 경우에는 환불이 안 되고, 다시 타고 싶으면 본인들이 개인 비용으로 조인을 다시 하시거나 집에 가시게 돼요.
Q. 마지막으로 승무원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저도 사실 비행기 승무원을 꿈꿀 때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하고 멋있는 것, 자유로워 보이는 것 그 이유가 제일 컸어요. 그런데 막상 크루즈 일을 하다보니까 시차적응이라든지, 가족 떠나있는 것이라든지, 좁은 공간에서 오래 서서 일하는 거라든지 너무 힘들고, 체력도 많이 필요하고, 아파도 바로 가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낫지도 않고 힘들어요. 그러니까 결국 내가 꿈을 가졌으면 그에 대해 이런저런 점들을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쪽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는 것도 중요하고, 폭넓은 경험도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해외를 한 번도 안 나가보고, 한 번도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데 이상적인 이미지만 생각하고서 왔다가 실망해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왜냐면 이게 겉으로 보는 것이 다가 아니거든요.
제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으로 질문하시는 분들에게 꼭 해드리는 말 중 하나는, 꿈을 너무 승무원 이렇게 한정짓지 말라는 거예요. 이게 되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것은 영어, 영어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선택지가 많아지거든요.
여러분 혹시 홍자연 승무원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크루즈 승무원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크루즈의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김수현
기사작성 및 수정 :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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