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시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며, 김 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USTR)는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
FTA 개정안에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해 2041년 1월 1일에 없애는 방안,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중복제소를 방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본부장은 이날 뉴욕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서명하기 전에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익증대 차원에서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국과 통상분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먼저 체결된 것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미국 내 국지적 파동이 아닌 오랫동안 이어질 조류를 읽고서 신속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개정절차를 2019년 1월까지 완료되도록 합의했다. 10월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만약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되지 않아 개정안 발효가 지연되면서 양국의 분쟁이 발생할 상황이 된다면, 서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되도록 하는 데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7월 한미 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한 데 이어, 11년 만에 개정안에 서명하게 된 소회를 묻자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두번 서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섞인 답변도 했다.
김 본부장은 2007년 FTA 서명식 때와 같은 양복·넥타이를 착용하고 오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첫 번째 협상 때도 그렇고, 이번 협상에서도 저는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지, 깨는 것이 유리한지 계산하며 임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무조건 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깬다면) 내가 왜 깨겠다는 것인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시간이라는 개념에는 크로노스적 개념(객관적 시간)적 시간과 카이로스적 개념(주관적·상황적 시간)이 있다. 카이로스적 개념으로 봤을 때 FTA를 깨는 것이 오히려 '퀀텀점프(비약적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협상 상대에게 설명했다"며 "그 결과 (미국 측에서) 소규모 패키지로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고, 수용해도 될 조건으로 보여 개정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뒷얘기도 소개했다.